거기선 차가 하늘 난다…제2 도약 시동 건 오사카 '18조원 꿈' [이영희의 나우 인 재팬]

이영희 2023. 10. 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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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도쿄특파원

“저기 원형으로 나무 기둥이 세워지고 있는 게 보이시죠? 저곳이 엑스포가 열리는 유메시마(夢洲)입니다.”

지난 12일 오전, 헬기에서 내려다본 일본 오사카(大阪)시 남서쪽 인공섬 유메시마는 드문드문 놓인 컨테이너 말고는 아직 허허벌판이었다. 면적 155만㎡의 유메시마에선 내후년 4월 13일부터 6개월간 ‘2025 오사카·간사이 국제박람회(엑스포)’가 열린다. 원래 쓰레기 투기장으로 건설된 인공섬인 이곳은 오사카부(府)가 추진했던 2008년 하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로 낙점됐다가 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며 오랜 기간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었다.

지난 12일 헬기에서 내려다본 오사카의 인공섬 유메시마.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행사장이 이곳에 건설된다. 이영희 특파원


부산이 도전장을 내민 2030년 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사카는 이에 앞서 엑스포를 치른다. 지난 12~13일 이틀간 일본 포린프레스센터의 안내로 오사카를 방문해 엑스포 개최 준비 상황을 돌아봤다. 유메시마에선 지난 4월 박람회장 착공식이 열렸고, 인근 인공섬인 마이시마(舞洲)와 사키시마(咲洲)에서도 엑스포와 연계한 상업시설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엑스포 행사장까지 전철 주오선(中央線)을 잇는 연장 공사도 진행 중이다.


“오사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기회로”


오사카는 지난 1970년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엑스포를 열었던 도시다. 당시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는 일본을 전 세계에 알린 행사로 64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오며 대성공을 거뒀다. 일본의 주요 도시 수준에 머물던 오사카가 국제 도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주원 기자


오사카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주최 측은 이번 엑스포에 외국인 350만명을 포함해 총 282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오고 약 2조엔(약 18조원)의 경제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추진위원회 사카가미 도시야(坂上敏也) 위원장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오사카와 간사이 지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엑스포는 인류의 미래를 한발 앞서 구현하는 실험장의 역할을 한다. 이번 엑스포의 주제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으로 인류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공헌하는 것을 테마로 153개 국가와 지역, 8개 국제기구가 전시를 선보인다. 행사 기간 수소로 움직이는 무인 버스가 전시장을 돌고, 길 안내는 로봇이 맡는다. 오사카 시내와 유메시마 사이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택시처럼 오고 갈 예정이다. 일본항공과 도요타 자동차 등이 출자한 스타트업 ‘스카이드라이브’ 등이 엑스포에서 처음 선보일 전기 비행 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2025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선보일 하늘을 나는 자동차 모형도. 사진 스카이드라이브


박람회장의 상징물은 높이 12~20m, 둘레 약 615m의 원형 목조 건축물이다. 세계적 건축가인 후지모토 소스케(藤本壮介)가 설계한 원형 건축물의 안쪽과 바깥쪽으로 각국과 기업들의 파빌리온이 들어선다.


공사 비용 급증, 회의론도 나와


하지만 이번 엑스포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요즘 일본 언론에서는 연일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보도가 이어진다. ‘엑스포의 꽃’은 참가국들이 짓는 국가관인데 행사가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 공사 허가 신청을 한 나라는 10여 개국에 불과하다. 참가국들이 일본 내 건설업체와 공사 계약을 해야 하는데, 일본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급등 등을 이유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파빌리온 건설 수주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엑스포가 열리는 오사카시 인공섬 유메시마에는 나무로 된 원형 건축물이 들어선다. 사진 2025년일본국제박람회협회


전체 건설비도 급증했다. 협회는 당초 행사장 총 건설 예산으로 1250억엔을 책정했는데, 최근 계획에서는 원래의 두 배에 가까운 2300억엔(약 2조 1000억 원)까지 늘어났다. 재원 마련이 어려워져 일본 정부가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테러 등에 대비해 행사의 경비 체계를 대폭 강화하면서 이에 드는 비용도 수백억엔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속에서 치른 도쿄올림픽이 적자와 각종 부패 사건으로 이어져 일본에서 올림픽이나 엑스포 같은 대형 국제 행사에 대한 비관론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2030년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유치를 추진 중이던 삿포로(札幌)시는 여론 악화를 이유로 대회 개최를 단념했다. 야당인 일본공산당의 오사카부 위원회는 최근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도쿄올림픽에 이어 또 하나의 실패작이 될 수 있다며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5년 엑스포 회장이 들어서는 오사카시 인공섬 유메시마 예상 조감도. 사진 2025년일본국제박람회협회

“지역 중소기업 세계에 알릴 기회“


그러나 지역 내 기업들의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오사카부 내에는 약 27만 개의 중소기업이 있어 2016년 기준으로 부 내 전체 기업의 99.6%를 차지한다. 사실상 중소기업이 오사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오사카에서 만난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내후년 열리는 엑스포를 통해 판로를 해외로 넓히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오사카 남서부의 센슈(泉州) 지역에는 70개가 넘는 수건 회사들이 모여 있는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건은 ‘센슈 타올’이라는 브랜드로 일본 내에서 유명하다. 센슈 타올 제조사 중 하나인 ‘후쿠로야 타올’의 후쿠로야 겐지(袋谷謙治) 사장은 “엑스포를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센슈 타올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이를 계기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단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에 기반을 둔 로봇 개발업체 HCI의 오쿠야마 고지(奥山浩司) 대표도 “로봇은 이번 엑스포의 주요 테마이기도 하다. 엑스포 회장에 우리가 개발한 안내 로봇 등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세워지는 한국관은 전체 국가관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세계엑스포팀에 따르면 한국은 3501㎡ 넓이의 부지에 한국의 SDGs 관련 기술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건설한다. 한국관 설계는 공모를 통해 UIA건축사무소가 맡았으며 내년 초 착공해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사카=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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