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이집트 최고 신의 집, 카르낙 신전
고대 이집트는 지역 고유의 신을 섬겼는데 나일강 중류의 테베(현 룩소르)는 바람의 신인 아문을 수호신으로 모셨다. 중왕국 이후 이곳이 통일 이집트의 수도가 되면서 아문은 이집트 최고 신으로 격상되고, 그를 모신 카르낙 신전 역시 국가 중심 신전이 되었다. 아문의 주신전 남쪽에는 아문의 부인인 무트의 신전이, 북쪽엔 전쟁의 신인 몬투 신전이 세워져 이 세 신전의 복합체가 카르낙 신전이다.
이집트의 신들은 인간과 같은 생활을 하는 인격신으로 그들이 거주할 집으로 신전을 짓고 신상을 만들어 지성소에 봉안했다. 신왕국의 여왕이었던 하트셉수트는 카르낙 남쪽 룩소르 도심에 신전을 세우고 매년 한 번 카르낙의 아문 부부 신상을 꺼내 룩소르로 나들이하는 오페트 축제를 개최했다. 3㎞에 달하는 이 거룩한 길의 양쪽엔 스핑크스기 도열했고 그 일부가 아직 남아있다. 기원전 20세기부터 1500년에 걸쳐 역대 파라오들이 여러 차례 카르낙 신전을 증축한 결과 남북 1670m, 동서 625m로 세계 최대의 종교건축 단지가 되었다.
가장 큰 아문 신전은 동서축을 따라 건설되었다. 이집트 신전의 상징인 탑문(pylon)들이 6개나 중첩되어 길고 거대한 진입로를 이룬다. 축제와 의식이 벌어졌던 큰 광장은 대중이 들어올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고, 높은 기둥으로 가득한 ‘열주의 방(hypostyle hall)’은 파라오와 귀족이 신탁을 듣던 곳이다. 은밀한 복도를 지나면 아문 신상을 봉안했던 지성소에 도달한다. 신관만이 출입할 수 있었던 금역이었다.
입구부의 탑문부터 안쪽으로 건물들은 점차 높이가 낮아지고 바닥은 높아지다 지성소에 이르면 가장 높은 바닥과 가장 낮은 천장의 어두운 공간이 된다. 이처럼 은밀하고 컴컴한 신들의 공간은 피라미드 속 파라오의 묘실을 연상시킨다. 고대 이집트 3000년의 역사에서 고왕국이 피라미드의 시대이고 신왕국은 신전의 시대였지만 늘 주인공은 신이 되고자 했던 파라오였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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