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의 마켓 나우] 재택근무에 생각보다 많은 게 걸려있다
코로나19로 빠르게 퍼졌던 재택근무가 시들하다. 한국 기업 현장에선 거의 원상복귀했다. 미국에서도 골드만삭스 같은 금융회사들이 출근 근무 재개를 공식화했고, 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출근일수 체크 같은 근태관리에 나섰다.
재택근무가 일터에서 갈등 원인이 되고 있다. 고용주들은 20% 가까운 생산성 하락과 소통 불편을 들어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 근로자들은 긍정적이다. 출퇴근 시간 절약과 워라밸 개선으로 만족도가 8%가량의 급여 인상과 맞먹을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는, 근로자들은 평균 주2일 정도의 재택근무를 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주 1일이다. 결국에는 재택근무가 대세라는 주장도 있다. 이전부터 진행되던 재택근무 트렌드가 코로나로 가속했다가 지금은 뒷걸음질 치고 있지만, 원래 추세를 회복한다는 예측이다.
스탠퍼드대 니컬러스 블룸 교수는 기술 발전과 신생기업의 증가를 재택근무 확산의 요인으로 꼽는다. 비디오 회의 장비나 데스크스케줄링 소프트웨어 등의 끊임없는 발전으로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물리적 사무공간을 ‘옵션’으로 여기고 고객과 파트너를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는 것을 당연시하는 신생기업들의 증가도 한몫한다. 이 기업들의 재택근무 비율은 30년 전 설립된 기업들의 2배다.
재택근무가 미래라는 블룸 교수의 연구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택근무 확대는 ‘한국적인 상황’에 필요한 현실주의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재택근무일은 월 1.6일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짧은 축에 속한다. 업무 성격이나 직장 문화 등을 고려해 실시해야겠지만, 한국경제의 지식산업화 경향까지 고려하면 재택근무 방식의 확대가 이로울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기업·사회 차원에서 재택근무가 수행하는 기능과 이득을 연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재택근무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기업에도 이득이다. 재택근무가 출산·육아의 어려움을 완화하면, 기업의 동기부여 시스템이 강화된다. 저출산이라는 사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생활방식·근무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 출산장려금과 같은 거액의 예산 지출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재택근무를 확산하는 정부 정책은 여성의 경력단절이라는 성별 문제, 수도권 밀집 현상이라는 지역불균형 문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재택근무로 절약되는 사무공간이나 교통 등 사회간접자본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돼 그 효과가 기업 내 생산성 손실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교통수요 감소에 따른 환경보호 이득도 기대된다. 재택근무에 우리 미래의 많은 것이 걸려있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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