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심판 탓은 언제 끝날까
내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겠다는 사람이 51%로, 조 바이든 대통령(42%)을 크게 앞섰다. 폭스뉴스의 이달 초 설문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49%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을 앞서긴 했으나 오차범위(±3%포인트) 내였다.
지난해 미국 내에서 2020년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말을 믿는 사람의 비율은 40%로, 믿지 않는 사람(36%)보다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한 숫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 부정선거 거짓 주장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지지율은 여전하다.
국내에선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또다시 부정선거 주장이 나온다. 유튜브에서 강서구청장을 검색하면 부정선거라는 키워드가 자동 완성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검색했다는 의미다. 13일 올라온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내용의 영상은 조회수 22만회(15일 기준)를 기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 주장을 진실로 믿는 게시글이 넘친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결과 차이가 크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 비율이 동마다 비슷한 게 의심스럽단 식이다. 보궐선거 전날인 10일 국정원이 “투·개표 시스템과 선관위 내부망에서 해킹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발표하며 기름을 부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기면 내 덕인데 지면 심판 탓을 하는 상황. 심리학에선 이기적 편향이라고 부른다. 응용심리학 전문가인 키스 스타노비치 토론토대 교수는 『신념은 어떻게 편향이 되는가?』에서 “강한 지지는 확신을 만들고, 믿고 싶은 대로 믿게 한다”고 설명한다. 편향은 개인의 지능이나 합리성과는 무관하게 생긴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역사는 뿌리 깊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기자 “전자 개표는 해킹·조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김어준씨는 이를 주제로 영화까지 개봉했다. 2020년 총선에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지지자 측에서 이른바 4·15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인터넷에서 이기적 편향을 검색하면 주로 공부 관련 예시가 나온다. 시험을 망쳤을 때 ‘공부를 덜 해서’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문제에 오류가 있어서’ ‘출제자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서’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한다는 게 주요 사례다. 누구나 예상하지만 “이기적 편향은 실력과 성적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가 사례의 결론이다. 부모(지지자)가 자녀(지지 정당)에 대해 이기적 편향을 부려도 마찬가지다.
정진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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