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눈치만 보는 여당으론 총선도 기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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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vs 민주당 구도면 지지율 30%대가 득표율
미봉 대신 ‘쓴소리 민심’ 전달의 여당 역할 살려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17.15%포인트 차로 참패한 국민의힘이 어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민심 회복책을 논의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기구 등을 가동하고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은퇴로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늘 윤석열 대통령의 눈치만 보며 민심의 쓴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다.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여당 소속일지라도 행정부를 견제·감시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여당 의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란 조소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다.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방침을 잘 따르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여당 체제를 선호한 게 주원인이다. 윤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럽거나 이견을 표출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철퇴를 맞아 왔다. 대선과 지난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준석 전 대표가 축출되자 윤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문자를 보냈다.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당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을 비판하자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는 극언까지 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윤핵관에게 ‘반윤의 우두머리’ 같은 공세를 받다 출마를 포기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여당은 그야말로 복종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용산의 덕을 본 김기현 대표는 당선 직후 윤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90도 인사로 “저자세” 논란을 낳았다. 공천에 관여할 핵심 당직도 대통령의 측근들이 꿰찼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수능 150일 전 꺼낸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논란을 낳자 당 정책위의장이 “조국 일가 대입 사건을 수사하는 등 대입제도에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며 칭송, 영혼 없는 당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특히 유죄판결을 받아 이번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김태우 후보를 윤 대통령이 사면 복권하자 눈치를 살피며 반대도 없이 공천해 패배를 자초했다.
여당의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내년 총선 역시 기대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대통령실의 ‘출장소’란 이미지가 고착될 경우 유권자는 선거를 민주당 대 윤 대통령 간 대결 구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1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33%였고, 부정 평가가 58%에 달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득표율은 56.52%, 국민의힘 김 후보는 39.37%였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이다. 현장의 쓴소리를 제대로 대통령에게 전달해 국정에 반영하는 게 제일의 책무다. 자기 보신과 공천 낙점에만 매몰돼 시간을 보내면 ‘강서구의 악몽’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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