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정원 확대, 불가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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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1000명 확대 추진, 이번 주 구체안 발표
필수의료 지원 늘리고 지역 의료공백 메워야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1000명가량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번 주에 정원 확대 규모와 방식, 연도별 일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현재 고교 2학년이 응시하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적용한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19년 동안 묶여 있었다.
2025년은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시기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과 뇌·심장 질환, 치매 등 노인성 질환도 함께 늘어난다. 이런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선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 기준으로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의사 배출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10년간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졸업을 앞둔 의대생들은 국가고시를 거부하고 종합병원 전공의들은 파업을 선언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코로나19 대처가 시급한 시기에 의료계와 등을 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문재인 정부는 결국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접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은 계절성 독감과 같은 수준(4급)으로 낮아졌다. 인구 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의대 정원 확대는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선택이다. 의료계에선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훨씬 적다는 지적도 유념해야 한다. 현재 수준의 의료 접근성이 미래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를 늘리고 지방 의료공백을 메우는 일이다.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 같은 말이 나온 지도 이미 오래됐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고난도·고위험의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 확충을 위해선 한국 의료의 틀을 바꿀 정도로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국민 건강권이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대승적으로 논의에 동참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정부도 의료계와 지속해서 대화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입시 상위권 학생의 의대 쏠림이 더욱 심해지고 재수·삼수 등을 선택하는 학생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입시 문제가 사회적 폭발력이 큰 사안이란 점을 명심하고 의대 정원 확대의 보완 대책도 함께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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