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용산 여의도출장소냐” 비판에도 의총 “김기현 체제로”

김다영, 김기정 2023. 10. 1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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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여당이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가 돼버렸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총체적 위기 상황에 빠진 국민의힘에 대한 15일 여권 관계자의 진단이다. 대통령실의 뜻에 따라 당이 휘청거리는 상황을 빗댄 말로, 그는 이를 바로잡는 것이 국민의힘 쇄신의 선결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선 상하 수직적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복원하는 게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뿐 아니라 여당의 무비판적 용산 추종 성향이 현재 여권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이유로 꼽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김태우 전 구청장 재공천 과정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를 통해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한 뒤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공개석상에서 수차례 “무공천”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결국 김 전 구청장은 재공천됐다. 당 안팎에서 “용산의 뜻이 여당을 눌렀다”는 분석이 파다했다.

“당정협의, 여당과 조율 모양새만 취해”

이념 논쟁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25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육군사관학교에 있던 항일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계획을 언급했다. 당시 국민의힘에선 “이념 논쟁이 당에 도움될 게 없다” “국방부 장관이 실언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동안 국민의힘의 공식 반응도 없었다. 하지만 사흘 뒤 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며 ‘이념 논쟁’에 가속을 붙이자 그제야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 간의 당정 협의에서 국민의힘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정 협의 참석 경험이 있는 당 관계자는 “만나기도 전에 이미 정부에서 결과를 담은 언론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 온다”며 “기작성한 자료가 토씨 하나 안 바뀌고 그대로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라, 여당이 들러리를 서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비윤계 중진인 서병수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심부름꾼이어야 할 당이 대통령실 뒤치다꺼리에만 골몰하지 않았는지 되새겨보면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기현 당 대표를 향해 “정부가 민심과 엇나갈 땐 야당보다 더 단호하게 바로잡겠다는 결기가 없다면 물러나라”고 덧붙였다. 최재형 의원도 “임명직 당직자 사퇴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국민이 내린 사약을 영양제나 피로해소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김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라며 말을 보탰다.

이철규 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8명 사퇴

이철규

전날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임명직 당직자 8명이 전격 사퇴했음에도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강한 상황에서, 1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는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김 대표는 “대표 사퇴론을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한 채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비공개 의총에선 “내부 총질을 하지 말라”(이용 의원)는 친윤계의 발언부터 대통령실의 불통과 독주를 비판하고, 김 대표 체제의 무기력을 지적하는 비윤계의 반박도 나왔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해 의총은 4시간20분이나 지속했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 명시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복수의 참석자는 전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를 요구했던 서병수·최재형 의원도 그랬다고 한다.

박성민

김기현 대표는 의총이 끝날 무렵 15분여간 마무리 발언을 하며 “총선에서 지면 모두 공멸한다. 총선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 은퇴로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여당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공격해 결국 보수정권이 무너지지 않았느냐. 대통령실과 긴밀히 소통하며 할 말은 하고 있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도 내가 건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보궐선거 패배로 ‘총선 위기론’이 현실화됐지만 ‘대안부재론’에 더 힘이 실린 까닭이다. 친윤계와 비윤계 모두에 “비대위 체제가 불러올 혼선이 더 위험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비윤계 내부엔 “용산이 하향식 비대위원장을 내리꽂을 경우 김 대표보다 더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총선까지 당의 안정을 바라는 친윤계, 또 비대위 출범 시 대통령실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을 우려하는 비윤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의총이 끝난 뒤 윤재옥 원내대표는 “김 대표를 중심으로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받들어 변화와 쇄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총에서 재신임을 받은 김 대표는 “(당직) 인선은 통합형, 그리고 수도권·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된 형태로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책위의장에는 수도권 3선 중진인 유의동 의원이 유력하고, 총선 공천 실무를 담당할 사무총장에는 직전까지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박대출 의원이 거론된다. 수석 대변인은 박정하 의원이 유력하다.

김다영·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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