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이·팔 전쟁에 묻혀버린 우·러전쟁… 푸틴은 ‘활짝’

송태화 2023. 10.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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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개전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는 중동전쟁으로 격화할 수 있는 이스라엘 내 전쟁에 시선이 쏠리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요구했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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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관심 이전과 다른 양상
美서 ‘지원 삭감’ 주장 거세질 듯
내년 대선 앞둔 푸틴에게 ‘돌파구’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개전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는 중동전쟁으로 격화할 수 있는 이스라엘 내 전쟁에 시선이 쏠리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요구했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는 중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인 도네츠크주 아브디브카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격전지 중 한 곳인 바흐무트의 일부 지역을 탈환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러시아군이 곧바로 병력을 증원해 반격에 나서며 수세 국면으로 전환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고위 장성은 “러시아의 공격이 매일 계속되면서 북동부 전세가 상당히 악화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러시아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장기전에 지쳐가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국제적 관심은 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지난 주말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신문 1면에서 밀려났다”며 “심지어 러시아 관영 매체마저 보도 중심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남부 오데사 항만의 사관생도 훈련장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뤼터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하고 생도들을 격려했다. AFP연합뉴스


전쟁 장기화로 국제사회의 고립과 정치적 위기에 내몰렸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서 발발한 전쟁이 뜻밖의 돌파구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의 재출마와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여서 형식적인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연임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하려면 국내 관심을 우크라이나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러시아 관영 매체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비중을 대폭 낮춘 것은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두 개의 주요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면 우크라이나를 향한 미국과 서방 진영의 군사지원이 크게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여름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미 미 공화당을 중심으로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강해지는 중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까지 군사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미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액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이 푸틴 대통령에게 뜻밖의 이득을 가져다준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중동의 전쟁과 미국 지원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 유럽의 분열 상황이 겹치면서 서방 원조가 줄어들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지지에 앞장서면서 우크라이나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금 지원과 관련한 의회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타협이 필요한 시기지만 미 하원은 강경 우파를 위한 정책을 계속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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