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수업에 학생 쟁탈전도… 악전고투하는 ‘한계 학교’들

이도경 2023. 10. 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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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 사이에선 수년 전부터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문 닫는다"라는 자조가 나왔다.

박 교장은 "학생 수가 100명이든 10명이든 교사의 행정업무는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의 양은 같다"며 "우리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에서 20명이 나눠 하는 일을 3명이 하고 있다. 여기서 어떻게 더 줄이는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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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도 ‘벚꽃엔딩’]
주요 과목 외 타학교서 교사 지원
‘교육의 질’ 유지 위해 악전 고투
학생 빠져나갈라 ‘학생 쟁탈전’도
지난달 방문한 전남 해남군 화산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과학 교과 수업에 참여해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학교 2학년 학생은 이들 2명이 전부이며 전교생은 모두 11명이다. 교장을 포함한 교직원은 14명이다. 해남=김재환 기자


지방대학 사이에선 수년 전부터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문 닫는다"라는 자조가 나왔다. 학령인구 절벽의 충격이 서울과 먼 곳에 있는 대학부터 덮친다는 공포와 우려가 담긴 말이다. 이는 더 이상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생 '쓰나미'는 이제 초·중·고교를 덮치려 한다. 올해 전국 초·중·고교 254곳에서 교직원보다 학생 수가 적어진 것은 그 예고편이다.

학교는 경제 논리로만 설명되는 공간이 아니다. 지역에서 학교가 없어지면 경제활동인구가 재유입될 가능성도 사라지게 된다. 지역 소멸로의 길이 더욱 뚜렷해지는 것이다. 모든 학생은 교육받을 권리를, 국가는 학생을 교육할 의무를 갖는다. 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무작정 통폐합할 수 없는 이유다. 작은 학교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딜레마'에 놓인 작은 학교 상황을 짚어봤다.

경북 의성군 옥산면에 있는 옥산중학교와 옥전초등학교는 ‘운명공동체’다. 한 학교가 없어지면 다른 학교도 사라질 상황에 놓인다. 초등학교가 통폐합돼 사라지면 그 옆 중학교에 진학할 학생은 사라진다. 반대로 중학교가 없어지면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자녀가 고학년이 될 무렵 중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박규관 옥산중 교장은 “형·누나는 중학교, 동생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있다. 어느 한 가정이 이사하면 양쪽 학교에서 학생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찾은 옥산중에서 교직원들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도시 못지않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악전고투’ 중이었다. 이 학교 1학년은 옥전초에서 올라온 8명, 3학년은 인근 여중에서 온 1명이 전부다. 전교생 9명 학교에서 교직원 충원은 언감생심이다.

교사는 교장과 국어·영어·사회·미술 교사 등 5명이다. 과학 등 나머지 과목은 다른 학교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옥산중 교사들도 다른 학교로 수업 지원을 나간다. 국어·영어·사회 교사는 일주일에 하루는 다른 학교에서 수업한다. 미술 교사는 옥산중 소속이지만 일주일에 하루만 옥산중에 있다. 국어·영어·사회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부터 시험 출제 및 관리, 교무 업무를 모두 맡아야 한다.


박 교장은 “학생 수가 100명이든 10명이든 교사의 행정업무는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의 양은 같다”며 “우리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에서 20명이 나눠 하는 일을 3명이 하고 있다. 여기서 어떻게 더 줄이는가”라고 토로했다. 학교 행정은 행정실장 1명이 담당한다. 옥전초에서 스쿨버스를 빌려 타고, 급식도 받아먹으면서 행정인력 수요를 최소화했다.

옥산중과 옥전초는 학생 확보를 위해 학구(학교에 학생을 배정하는 구역)를 광역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학교의 반대에 막혀 있다고 했다. 인근 다른 학교들 역시 학생 유출을 걱정하는 건 마찬가지다. 작은 지역 내에서 ‘학생 쟁탈전’이 벌어지는 셈인데, 교사들은 “제 살 깎아 먹기”라고 했다. 두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거의 1대 1 수업을 하는 작은 학교만의 매력을 호소하며 학생을 모으고 있다.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은 상황이다. 옥산면 관계자는 “이곳에서 한 해 출생신고가 이뤄지는 아이는 2, 3명이고, 여기서 태어났지만 다른 곳에서 출생신고가 되는 아이까지 합해도 5, 6명 수준”이라며 “학교 학생 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의성=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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