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결국 블리자드 품었다…21개월 걸려 92조 빅딜 성사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액티비전) 인수 작업을 마치고 세계 3대 게임사에 올라섰다. 지난해 1월 인수 계획을 발표한 지 21개월 만이다. MS의 액티비전 인수금액은 687억 달러(약 92조원)로 정보기술(IT) 업계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MS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액티비전 인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MS가 서류를 제출하기 전, 영국의 반독점 규제당국인 경쟁시장국(CMA)이 액티비전 인수를 승인하며 마지막 장애물이 사라졌다. MS와 액티비전은 지난해 1월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지만, CMA는 “성장하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을 콘솔 기기나 PC 등에 내려받지 않고, 인터넷 스트리밍 형태로 즐기는 서비스다.
이후 MS는 15년간 액티비전 게임 판권을 프랑스 게임회사 유비소프트에 매각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내놓았고, CMA는 인수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CMA는 이날 “MS의 양보는 경쟁을 촉진할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했다.
MS는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모장 스튜디오(인수가 25억 달러)’를 인수하고, 2020년엔 ‘제니맥스(베데스다·인수가 75억 달러)’ 등을 손에 넣는 등 게임 산업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액티비전을 인수하며 MS는 중국 텐센트와 일본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대 게임사에 올라서게 됐다. MS가 밝힌 액티비전 인수금액(687억 달러)은 2016년 델이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EMC를 인수하며 지출한 금액(670억 달러)을 넘어, IT 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으로 남게 됐다. 액티비전을 합병하며 MS의 게임 부문 매출은 240억 달러로 늘어나게 됐다. MS 전체 매출의 약 10%를 게임이 차지하게 된 셈이다. 이는 링크트인 광고 부문보다 비중이 크고, 윈도 운영체제 사업 부문과 비슷한 수준이다.
MS는 2014년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대비해 인공지능(AI)과 게임 분야에 대한 지출을 확대했다. 지금까지 나델라 CEO가 인수합병에 투자한 금액은 총 1700억 달러(229조원)다. 2016년 260억 달러에 링크트인을 사들였고, 2021년에는 AI·음성인식 기술 기업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스를 160억 달러에 인수했다. 현재 MS의 사업 비중 절반을 차지하는 분야는 AI다. MS는 지난 4년간 챗GPT 개발사 오픈 AI에 13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9%를 갖고 있다. 이번 액티비전 인수로 기존 주력 분야인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외에 AI와 게임 분야까지 강화하게 돼 사업 다각화에 속도가 붙게 됐다.
액티비전 인수와 관련해 아직 남은 불씨는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의 법적 분쟁이다. 앞서 FTC는 MS와 액티비전의 인수 거래를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방법원은 지난 7월 이를 기각했고, FTC는 즉각 항소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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