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스코세이지 신작 ‘플라워 킬링 문’ 오스카 다크호스로
마틴 스코세이지(81) 감독의 신작 ‘플라워 킬링 문’(19일 개봉)이 내년 3월 오스카상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수상 예측 사이트 ‘골든더비’에는 “두 자릿수 후보 유력”이란 기사까지 나왔다. 전통적으로 실화 영화 강세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투자·제작을 맡은 애플TV+는 지난해 음악영화 ‘코다’로 OTT(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최초 오스카 작품상에 이어 두 번째 트로피를 노린다.
‘플라워 킬링 문’은 석유가 솟아난 1920년대 미국 중남부 소도시에서 1인당 소득이 세계 최고 수준이던 오세이지족 원주민들이 수년간 조직적으로 연쇄 살해당한 실화를 다뤘다. 수십 명의 죽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안 됐던 이 사건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하며 악랄한 범죄의 진상이 드러난다. 드라마 ‘파친코’(2022)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알린 애플TV+가 할리우드 최대 규모 제작비(2억 달러, 약 2700억원)를 투자해 “원주민 사회 밖에는 거의 알려진 바 없던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마틴 스코세이지)를 펼치는 데 일조했다.
데이비드 그랜의 원작 논픽션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플라워 문: 거대한 부패와 비열한 폭력, 그리고 FBI의 탄생』이다. 2017년 아마존 ‘올해의 책’ 종합 1위였던 이 책의 원고 단계에서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소개한 이가 제작을 겸한 주연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다. 두 사람의 여섯 번째 협업이다.
디캐프리오는 1차 세계대전에서 다친 뒤 오클라호마에 흘러들어 오세이지족 몰리와 사랑에 빠지는 어니스트 버크하트를 연기했다. 아내와 세 아이를 아끼지만, 수완가 삼촌 윌리엄 헤일에게 휘둘려 자가당착에 빠지는 우둔한 사내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50년 지기 로버트 드 니로가 헤일 역을 맡았고, ‘포레스트 검프’(1994)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에릭 로스도 합류했다.
“(실화를 읽은 뒤) 한쪽에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묘한 감정선이, 다른 한쪽에는 착취와 살인이 공존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는 스코세이지 감독은 공동 각본 작업을 하면서, 50년 넘게 간직한 또 다른 원주민 문제와 관련한 ‘개인적’ 감정까지 담아냈다. 미군이 원주민을 대학살 한 사우스다코타 원주민 보호구역에 1974년 머무르며 느낀 원주민들의 고통, “한 줄기 햇살 같았던” 원주민 시인의 가르침을 떠올렸다고 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확한 디테일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2019년 전통 식사를 함께하며 인사를 튼 오세이지족 사람들이 영화의 자문·출연으로 도움을 줬다. 몰리 역의 릴리 글래드스톤은 오세이지족은 아니지만, 원주민 출신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이 영화 촬영은 ‘백인들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일종의 위령제’였던 것 같다. 그는 영화를 두고 “오세이지족들이 보고 느끼고 제물처럼 받을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초 상영 당시 9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애플TV+ 오리지널 영화지만, 극장에서 개봉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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