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와 무기 선불거래, 중국과 신압록강대교 연결…북 ‘군러경중’ 전략
‘대미 장기전’을 예고한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며 전략적 생존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운송하는 정황이 포착됐고,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잇는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와 인접한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에 군사 장비와 탄약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1000개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며 러시아가 나진항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지난 9월 7~8일 나진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과, 같은 달 12일 러시아 국적 선박인 앙가라호가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시설이 포진한 두나이항에 컨테이너를 싣고 와 정박한 모습이 담겨 있다. 또 10월 1일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열차가 러시아 티호레츠크의 탄약고에 도착한 모습 등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미국이 공개한 첩보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기존 대외 협상 패턴과 다른 과감한 거래에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한국과 협상할 때는 선택지조차 먼저 공개하길 꺼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러시아와의 거래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부터 무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국제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북한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가 부족한 러시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북·중 최대 교역 거점이었던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 인근에서는 최근 차량 이동량이 증가하면서 개통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이 22억 위안(약 4000억원)을 투입해 2014년 완공했지만, 북한이 신의주 방향으로 연결되는 접속도로 건설을 별다른 설명 없이 미루면서 개통이 지연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13일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주 신압록강대교에서 차량 활동이 증가했다며 곧 완전히 개통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신압록강대교 일대를 지난 12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중국 세관 구역에서 버스로 추정되는 대형 차량이 접근하는 모습이 담겼고, 북한 지역에서도 크레인·트럭 등 여러 종류의 차량과 건축 자재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됐다.
이런 정황은 북·중·러 밀착을 과시하고 싶은 북한의 속내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러가 밀착하는 와중에도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고려해 삼각 군사협력에는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북한이 나름의 각개격파식 접근에 나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자신들과 불필요하게 연루되지 않겠다는 중국 측의 분위기가 감지되자 공통 관심사인 경제·무역을 중심으로 관계 회복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라며 “중국이 최근 수감 중이던 탈북민의 북송에 나섰기 때문에 이를 모멘텀 삼아 양국 관계를 한층 더 심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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