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먹고 살기 힘들다” 국경 문 닫은 이집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대피령을 내리면서 이집트로 향하는 민간인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가 국경을 막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문제가 된 곳은 가자지구에서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가는 유일한 육로인 ‘라파 통로’다. 1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측은 언론에 “가자지구의 미국민 등이 안전하게 떠날 수 있게 이집트 라파와 맞닿은 곳으로 이동하도록 권고했다”며 “이집트 국경을 잠시 개방하기로 이집트·이스라엘·카타르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집트는 국경을 본격적으로 개방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집트 국경 문은 굳게 닫혀 있어 수만 명의 발이 묶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결국 이집트로 넘어가지 못해 국경 인근 모든 아파트 한 집에 20~30명이 머무는 실정이다.
이집트가 가자지구 접경 지역의 병력을 증강하고 임시로 시멘트 장벽까지 세우는 등 봉쇄를 강화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집트 측의) 국경 개방 공지가 없을 수 있고, 제한된 시간에만 열릴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반면에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은 CNN에 “라파 통행로는 공식적으로 열려 있다”며 “다만 공습으로 가자지구 쪽 도로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집트에는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다. 과거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에 경제·군사적 지원을 하며 ‘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르다. 이집트 정부는 대규모 팔레스타인 난민 유입을 우려한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지원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집트는 대량 난민 사태가 정치·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마스 전투원들이 난민 사이에 끼어 이집트로 유입되면 정세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피란이 영구 이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집트 경제 상황이 나쁜 것도 난민 허용에 악재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9월 이집트 물가는 1년 전보다 38%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집트 국가 채무가 올해 GDP의 92.9%로, 5년 만에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집트 정부가 난민까지 허용하기에는 국민 눈치가 부담스럽다는 해석도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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