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선…국민의힘 예고된 참패 [신율의 정치 읽기]

2023. 10.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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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 파장 커질 듯
국민의힘 비대위 구성, 중도층 소통해야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입지 축소될 가능성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지난 10월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홍익표 원내대표(오른쪽), 정청래 최고위원과 함께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구청장 선거 중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은 선거가 또 있었을까.

일반적인 유권자는 시장이나 도지사 혹은 군수 후보자는 대략적으로 알지만 구청장이나 기초의회 의원 선거 출마자는 잘 모른다. 그래서 투표할 때 정당 번호나 정당을 추론할 수 있는 기호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구청장이나 기초의원에 대한 재보궐 선거는 이런 ‘무관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달랐다. 선거 유세에 등장한 정치인 면면만 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진석 전 국회 부의장 그리고 정우택 국회 부의장, 그리고 안철수 의원에 이르기까지 당의 ‘얼굴’이 총출동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단식 치료 중이던 이재명 대표가 병원에서 퇴원하며 유세에 참가했고, 신임 홍익표 원내대표 역시 유세장에 자주 얼굴을 보였다.

양당이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단순히 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아니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린 인사였다.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거나 다른 후보를 공천했을 경우 문재인 정권의 부당함에 저항했던 인사의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에, 김태우 후보를 공천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당이 전력을 다해 김태우 후보 당선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이 이런 식으로 나오니 민주당도 총력을 기울인 것은 당연하다.

두 번째, 이번 보궐선거가 총선 전에 치르는 마지막 선거라는 점이다. 양당은 이번 선거가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테다. 국민의힘은 이번 보궐선거 패배를 당 조직 열세에서 기인한 패배라고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된다. 강서구는 본래 민주당의 아성이었다며 패배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더구나 이 정도 참패에서는 그 어떤 변명도 용납될 수 없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여권은 이번 선거 패배 원인을 처절히 곱씹어야 한다.

우선 국민의힘이 반성해야 할 부분은 선거 전략의 실패다. 상대방 전략에 말려 들어간 측면이 있다. 이는 비단 이번 선거에서만 보인 모습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비난함으로써 민주당 논리를 강화시켜준 측면이 있다.

이번에도 다시금 ‘일꾼론’을 강조함으로써, ‘범죄자 낙하산 구청장’이라는 민주당 논리를 정면 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김태우 후보의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하는 전략을 썼어야 했다. 화려한 유세단을 꾸리지 말고, 김태우 후보가 홀로 골목길을 누비며 눈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전략이다. 동정심이 유난히 많은 우리 국민 특성을 간파하는 전략을 펴는 게 나았다. 그런데 호화 유세단을 꾸려 동정심을 자극하기는커녕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이미지를 줬고, 유권자 외면을 받았다.

여기서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10월 7일과 8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여론조사(응답률은 13.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 소속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2.6%가 국민의힘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자는 31.3%였다. 오차범위 내 박빙이지만,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는 우위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궐선거에서 이 정도 격차로 패배했다는 것은, 전략적 실패 말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전략 실패에 대해서는 당연히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당이 바뀌기 틀렸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총선 기획단을 발족한들, 긍정적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당이 유권자 뜻을 받들어 뭔가 쇄신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비대위 구성은 필수로 보인다. 당의 얼굴을 중도적 인사로 바꾸고, 지나치게 강경한 입장 표명을 자제함과 동시에 중도층에 어필하고 누구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전반의 이미지 쇄신도 필요하다. “과거 정권도 불통이었다” 할 수 있지만, 불통의 이미지를 잘 포장해 극복하려 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 정권은 그런 노력조차 부족하다. 정치판에서 진심은 그냥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전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천을 하거나 장관 임명도 여론을 수렴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옳다 싶은 것을 밀어붙이는 태도만을 반복적으로 보여줬으니, 불통 이미지가 강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참패는, 국회에서의 민주당 독주보다 여권이 보이는 독선적 모습이 더 문제라고 인식하는 유권자가 많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바뀌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압승한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 체제가 더욱 공고화될 것이 분명하다. 추석 직전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재명 대표 체제가 완성되고, 이번 보궐선거 압승을 통해 이재명 체제는 이제 공고화 단계에 들어섰다. 한마디로, 이번 압승을 계기로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완전히 안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시도는 이제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는 당내 비명계 입지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비명계 입지가 축소된다는 것은, 비명계의 정치적 운명이 친명계와 이재명 대표 의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앞으로 꽃길만 걸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보궐선거 압승이 민심의 반영이라 생각하기 힘든 측면이 있고,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아성이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진교훈 후보가 얻은 득표율을 강서구민 전체 대비로 환산하면 27.5%다. 70% 넘는 강서구 주민은 투표를 하지 않거나 김태우 후보를 선택했음을 간과하고 민심을 과대 해석하며 현재와 같은 독선과 독주를 계속한다면, 총선에서 민주당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서울과 수도권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테다. 여야 모두 여론에 대한 반응성을 키워야 한다. 그런 반응성을 키우는 계기가 바로 이번 보궐선거일 수 있다. 여야 모두에 이번 선거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0호 (2023.10.18~2023.10.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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