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복원된 광화문 앞의 길 "소통의 역사 이어받길"
고종때 만들어져, 임금과 백성이 소통하던 공간
금빛 글자의 새로운 현판도 공개
“셋, 둘, 하나!” 15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앞에 환한 조명이 켜졌다. 새로운 월대(月臺)와 새로운 현판을 비추는 빛이었다. 월대의 복원에 기여한 석공 임동조, 현판 제작에 참여한 도금공 오세종을 비롯한 이들이 조선시대 연회의 사각 유리등 모양의 조명에 불을 밝히자 월대와 현판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이어 광화문에는 색색의 불빛이 비춰지며 모양을 만들어내는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졌다. 세계 각국 사람들의 얼굴이 광화문의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기술과 인간의 이미지가 교차했다.
광화문 앞의 옛길이 새로 돌아왔다. 궁궐로 들어가는 길이자, 임금이 백성을 만나는 곳이었던 월대다. 문화재청은 이날 광화문의 월대와 현판 복원식을 열었다. 월대는 가로 29.7m, 세로 48.7m로 완성돼 공개됐다. 이날 행사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월대는 100년만의 복원이다. 고종은 1866년 광화문 앞에 넓고 높게 쌓은 월대를 만들었다. 왕실은 여기에서 행사를 열고 외교를 했으며 백성들과 만났다. 세종실록 등에 따르면 월대에서 무과 시험을 열었고, 외국의 칙사를 맞이하는 장식을 내걸었다. 또한 산대놀이가 열렸으며 백성들의 상언(上言·백성이 임금에게 글을 올려 민원을 제기하는 제도)을 받았고, 그들에게 쌀을 나눠주는 곳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복궁의 궁궐로서의 격을 높이는 기능을 했다.
월대의 소실은 1920년대다. 일제 강점기 전차가 다니는 길이 조성되면서 월대는 땅 밑으로 묻혔다. 문화재청은 2006년 복원 사업을 시작해 2010년 일부를 우선 복원했고 2021년 9월 복원설계 추진 및 발굴조사를 시작, 월대의 규모와 구조를 확인해 이달 복원 공사를 완료했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월대의 시작 부분인 서수상을 8월 기증하면서 복원이 완전해졌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한번 훼손된 문화유산이 본모습을 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임금이 백성과 직접 소통하던 역사적 가치를 계승해 대한민국의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재청은 월대의 복원으로 광화문과 관련한 복원사업이 마무리됐다고 본다. 홍승재 문화재청 궁능분과위원장은 “광화문과 월대는 기능적, 조형적 측면에서 함께 복원되는 것이 맞다. 또 월대가 광화문과 육조거리를 연결하게 되면서 한양 도심의 옛 모습을 완성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의 새로운 현판도 이날 공개됐다. 2010년 새로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13년 만이다. 옛 사진 등의 자료 고증을 거쳐 제작한 새 현판은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로 됐다. 이전에는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였다.『경복궁영건일기』의 ‘묵질금자(墨質金字)’라는 기록을 토대로 했다. 여기에는 “검은 바탕에 금색 글자다. 동판으로 글자를 만들고 가장 좋은 금 넉 냥을 발랐다”고 돼 있다.
문화재청은 ‘큰 복이 빛이 되어 백성에게 퍼져나간다’는 광화문의 의미에 맞춰 시민 500명을 이날 초대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응모해 당첨된 이들은 광화문의 월대를 통과해 걸어 들어가 근정전을 둘러봤다. 이날 축하 영상에서 시민 한승원(22) 씨는 “경복궁의 완전한 복원은 한국인의 긍지와 아이덴티티를 상징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수진(47) 씨는 “역사의 기록에서처럼 소통하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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