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들러리 서는 느낌"…여권서도 꼬집은 보궐 참패 진단
“여당이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가 돼 버렸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총체적 위기 상황에 빠진 국민의힘에 대한 15일 여권 관계자의 진단이다. 대통령실의 뜻에 따라 당이 휘청거리는 상황을 빗댄 말로, 그는 이를 바로 잡는 것이 국민의힘 쇄신의 선결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선 상하수직적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복원하는 게 가장 큰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뿐만 아니라 여당의 무비판적 용산 추종 성향이 현재 여권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이유로 꼽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10ㆍ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김태우 전 구청장 재공천 과정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를 통해 김 전 구청장을 사면ㆍ복권한 뒤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공개석상에서 수차례 “무공천” 방침을 밝혔지만, 결국 김 전 구청장은 재공천됐다. 당 안팎에서 “용산의 뜻이 여당을 눌렀다”는 분석이 파다했고, 반대로 야당에선 "김 후보를 낼 때 이미 선거는 끝났다"는 안도감이 표출됐다.
'이념 논쟁' 끌려다닌 여당
이에 당시 국민의힘에선 “이념 논쟁이 당에 도움될 게 없다”, “국방부 장관이 실언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동안 국민의힘의 공식 반응도 없었다. 하지만 사흘 뒤인 같은 달 28일 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며 ‘이념 논쟁’에 가속을 붙이자 그제야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특히 당시 신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2018년 3월 1일 대대적인 선전과 함께 소련군 복장을 한 홍범도 흉상을 생도들이 매일 볼 수 있는 장소에 설치했다”, “6ㆍ25 전쟁은 소련의 지원으로 북한이 일으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련 공산당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공세의 선봉에 섰다. 이후 그는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다.
"당정협의서도 들러리 전락"…'개 식용 금지'도 혼선
여야가 법제화에 합의한 ‘개 식용 금지’을 둘러싼 여당 내 혼선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개 식용 금지란 불씨를 지핀 것은 김건희 여사였다. 김 여사는 지난 4월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 그것이 저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드라이브를 걸었다.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의원 44명이 지난 8월 24일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모임’을 발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국민의힘 지도부 일각에서 “개 식용 금지를 반대하는 여론이 더 많다”며 법제화에 난색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당시 당 내엔 "국민들에게 민감한 정책은 당에서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책도 용산의 의중에 따라 흔들린다면 당이 왜 필요한가”란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러자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개 식용 금지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서병수 "대통령실 뒤치다꺼리만 골몰하지 않았는가"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여권 내부엔 친윤이냐 비윤이냐에 관계 없이 서 의원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나 한덕수 총리, 용산 대통령실의 고위 참모들이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동안 이런 기능이 마비됐던 것 아니냐”며 “앞으론 대통령에게 가감 없는 여론이 전달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장예찬 최고위원은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대통령부터 걸고넘어지는 못된 버릇은 버려야 한다”며 “대통령 덕분에 정권교체를 하고 지방선거 승리를 했다면, 어려운 상황일 때 용산 탓하며 흔들기 전에 우리의 역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임신·낙태 주장한 아버지에…박수홍 "정말 고아 된 것 같다" | 중앙일보
- "200만원에 2억 빌라 장만" SNS에 이런 경매 글이 있는 이유 | 중앙일보
- 200억 빼돌려 흥청망청 쓴 차장…그 돈에 손 댄 내연녀 오빠 | 중앙일보
- 손목에 강남 아파트 한채 값…탁신·손흥민도 찬 명품 끝판왕 | 중앙일보
- 가수 김태우 행사장까지 30만원 받고 태워줬다…사설구급차 실형 | 중앙일보
- [단독]5억대 롤스로이스 타는데 '건보료 0원' 피부양자 | 중앙일보
- 의대 정원 1000명 증원에 대입 흔들 "SKY급 하나 생기는 꼴" | 중앙일보
- 이란서 여성 팬과 포옹한 호날두…'간통' 태형 99대 맞는다? | 중앙일보
- 美가 돈도 빌려주며 "F-16 사라"…'전투기 0' 아르헨 뜻밖 상황 [밀리터리 브리핑] | 중앙일보
- 11조 갑부의 11조 기부...그가 끝까지 가진 건 '2만원 시계'였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