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스타] 팬으로도, 선수로도 트로피는 처음…임찬규 "많이 무겁던데요?"

차승윤 2023. 10. 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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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2567="">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를 마친 뒤 열린 LG트윈스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전달식에서 염경엽 감독(왼쪽부터), 임찬규, 김현수, 오지환이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많이 무겁던데요? 어렸을 때 (팬으로도 트로피를) 못 봤어요. 구단에서 투수 조장이라고 들어보게 해주셨습니다. 구단, 팀원들에게 감사해요."

임찬규(30·LG 트윈스)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로 입단한 LG의 원 클럽 맨이다. 그의 LG 사랑은 선수 시절에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2002년 한국시리즈(KS) LG의 패배를 본 후 눈물을 흘렸다 말하는 '진짜' 팬이기도 하다.

그런 임찬규에게 우승 트로피는 당연히 낯선 존재였다. LG의 마지막 정규시즌 우승과 KS 우승은 1994년이었다. 1992년생 임찬규가 기억할 수 없는 시절이다.

그리고 생전 보지 못했던 트로피를 2023년 드디어 봤다. 임찬규는 15일 서울 잠실야구장 두산 베어스와 정규시즌 경기 종료 후 열린 시상식에서 투수조장으로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었다. 1994년 이후 LG팬이 된 많은 이들처럼, 임찬규에게도 낯설고 새롭고 설레이는 순간이었다.

시상식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임찬규는 트로피를 든 소감을 묻자 "많이 무겁던데요?"라고 미소지었다. 그는 "이 트로피가 29년 만이다. 어렸을 때인 2002년에도 KS에서 져 (화면으로도) 보지 못했다"며 "그런데 구단에서 배려해주셨다. 투수 조장이라 같이 들어보게 해줬다. 구단에, 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답했다.

'엘린이' 출신답게 2002년 마지막 KS에 대한 기억도 전했다. 임찬규는 2002년 KS에 대해 "거실에서 LG가 KS에서 떨어지는 걸 봤다. 그때 뛰었던 선수 한 명 한 명이 다 기억난다.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떠올린 임찬규는 "오늘 최종전 결과를 떠나서 KS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29년 만이다. 감회가 남다른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KS가 끝나야 감정이 더 올라올 것 같다. 아직 긴장의 끊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yonhap photo-1836="">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1회초 LG 선발투수 임찬규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부진할 때도 주눅들지 않고, 피칭을 연구했던 임찬규다. 선배는 물론 차명석 단장과도 자신 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팬들에게 '멘털 코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KS를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찬규는 "올 시즌은 마운드 위에서 생각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싶었다.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목표로 잡으면 자꾸 쫓기더라. 그래서 공 하나 하나를 원하는대로 던지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마운드에서 그런 생각이 들 때 집중하는 법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준비했다. 잔디 색깔, 냄새, 상대 팀 감독님, 최악의 상황까지 세밀하게 그린다"고 비결을 전했다. 이어 "(이미지 트레이닝은) 계속해도 팔이 아프지 않다"고 농담도 덧붙였다.

KS에서도 마찬가지다. 임찬규는 "똑같은 18.44m 거리에서 던지는 공이다.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KS라고 다른 생각이 입혀지면 정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내가 긴장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반응할 거다. 정신까지 긴장하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KS까지 남은 시간이 길다. 일단은 숨을 돌린다고 했다. 임찬규는 "오늘 하루는 푹 좀 쉬고 싶다. 내일부터 리커버리(회복)도 하겠다. 너무 싹싹하게 (빈말로) '바로 운동하겠다'고는 하지 않겠다"고 웃으면서 "생각 정리도 하고, 가족들과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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