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애는 어디 있나요?”…가자지구 주민들 ‘생지옥’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지상전을 위한 대피령을 내리면서 이곳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230만명이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역은 지난 12일 오후부터 완전한 정전 상태가 돼 보건, 물, 위생 서비스가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유엔은 가자지구의 수자원 시설이 작동을 멈춘 뒤 깨끗한 물이 고갈되고 있으며 주민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면서 수인성 질병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 담수화 시설 3곳은 연료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의료 시설도 의료진이 공습으로 사망하고 전기가 바닥나면서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7일 공습 이후 의료진 11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쳤다. WHO는 “2000명 이상의 입원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22개 병원을 대피시키라는 명령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사형 선고’와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는 임산부와 신생아가 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접경 통로 두 곳을 폐쇄하고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했다.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 전면 지상전을 예고하며 북부에 거주하는 주민 약 110만명 전원에게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대피령을 내렸다.
피난민이 몰리면서 14일까지 북부 가자시티에서 벗어나는 주요 도로에는 트럭, 버스, 짐을 가득 실은 차량이 몰려 혼잡 사태가 일어났다. 가자지구 당국은 지난 13일 피난 차량 호송대 등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최소 7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지역도 북쪽에서 많은 난민이 갑자기 유입되면서 수용 공간과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NYT가 전했다. 난민들은 학교와 병원으로 몰렸고, 체육관 한 곳에 5000여명이 수용되기도 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지난 한 주 동안 가자지구 전체 인구 중 거의 절반이 난민이 됐다고 밝혔다.
다만 가자지구 북부에는 아직도 대피하지 못한 수많은 민간인이 남아 있다. 떠나지 않으면 지상 침공 시 무차별 발포에 노출될 수 있지만 갈 곳은커녕 이동할 수단도, 피난길에 필요한 음식과 물도 없는 탓이다. 임산부와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신체적 약자들은 피난을 떠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자지구에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훔자 유사프의 장모인 엘리자베스 엘 나클라도 갇혀 있다. 엘 나클라는 유사프 수반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인류애는 어디에 있나. 지금 시대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라고 호소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외부 세계로 나갈 탈출로도 없는 상황이다. 남쪽 이집트와 연결되는 ‘라파 통로’가 유일하지만 이집트 정부는 임시 시멘트 장벽을 설치하고 가자지구 주민들의 입국을 막고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규모로 유입될 경우 상당한 정치·안보적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생각해서다.
이에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이미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국가에 “전쟁 규칙을 존중하고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지원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대피 명령을 두고 “효과적인 경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원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서 “하마스와 관련이 없는 대다수의 무고한 팔레스타인 가족들이 인간 방패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민간인들이 물, 식량,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엔,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등과 공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지애 송태화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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