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석달째, 수사 지연 아니라는 檢…"우주적 입증 난도"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지난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 석 달째다. 그러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감감무소식이다. 같은달 21일 떠들썩하게 시작된 검찰 수사에서 가시적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착수 과정은 여느 재난에 비해 떠들썩했다. 처음엔 경찰이 나섰지만 ‘셀프 수사’ 논란 속에 수사본부의 책임은 충북경찰청에서 서울경찰청으로 바뀌었다. 그 사이 국무조정실이 감찰에 나서면서 경찰 수사는 중단됐고, 국무조정실이 수사 의뢰를 검찰에 하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청주지검의 몫이 됐다. 검찰은 참사 이후 치열한 핑퐁 게임을 벌여온 충북도·청주시·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경찰·소방 등 5개 기관 각각의 책임을 가려야 했다.
그러나 결과를 기다려온 유족들은 지난 8~9월쯤 검찰로부터 “올해 안에 기소는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길 들었다고 한다. 수사가 끝이 보이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일까.
오송참사 수사 석달째…檢 “차질없이 진행중”
검찰은 ‘수사 지연’은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해·재난 수사는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오송 참사에 비해 규모가 작았던 2020년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사망 3명) 때도 책임자 기소까지 9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사망 7명)나 이태원 참사(사망 159명)에 대한 수사도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포항지청이 수사중인 포항 지하주차장 사고 관련 수사는 지난 5월 주요 책임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소식이 없고, 이태원 참사 수사는 경찰 특수본에 이어 서울서부지검이 이어받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공무원 10명을 기소했지만 1년째 종료되지 않았다. 청주지검 관계자는 “오송 수사팀은 추석 연휴와 주말도 반납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사는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 장기화 이유 셋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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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피의자 특정도 아직…” 대상자 과다
수사가 길어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조사 대상이 많다(청주지검 관계자)”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7월말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5개 기관의 실무자 3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생존자협의회와 유가족협의회가 별도로 고소·고발한 윗선도 6명이다. 36명 가운데 빠져있던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청장(차관급) 등이 고소·고발 대상이 됐다.
청주지검은 지난 12일 기준 충북도·청주시·금호건설·금강유역환경청·행정안전부 재난안전통신망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 198명을 조사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는 여전히 여럿 남았고, 압수한 휴대전화 200여대와 PC 200여대 등에 대한 포렌식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당시 범람한 물의 흐름이나 지하차도 설계 구조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의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감식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고소 또는 수사의뢰된 42명 중 피의자의 범위를 특정하는 것도 이같은 작업이 끝나야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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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업과사·중처법 모두 난제” 고난도 혐의
36명의 실무자가 받는 혐의인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해선 “우주적인 고민을 유발하는 심오한 죄”(현직 검사장)라는 말이 나온다. 포항 주차장 침수 사고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농어촌공사 임직원의 변론을 맡았던 진현일 변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은 피의자의 과실이 없었다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죄”라고 말했다. “피의자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는지(의무 여부)→의무를 위반했다면 사람이 사망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예견가능성)→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인과관계)를 순서대로 밝혀내야 하는데, 3단계를 모두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유족과 생존자들이 ‘윗선’ 처벌을 위한 법률적 무기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를 들고 나선 것도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입증 곤란을 고려한 선택이다. 이경구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전례를 봐도 업과사로는 사고현장에서 고생한 실무자들만 처벌돼 답답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최고 책임자들에게 죄를 묻기 위해 중대시민재해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검찰엔 난제다.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선 아직 검찰 수사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지난 4월 발생한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의 유족 고소로 1호 중대시민재해 피의자가 되긴 했지만, 경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부장검사 출신인 송지용 변호사는 “(오송 수사를) 서두르면 중대시민재해 1호 기소가 되는 만큼 수사팀 내부에도 적극 기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텐데, 참고할 전례가 없고 대검과 조율도 거쳐야 해 수사는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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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경찰 100여명분인데…” 인력 부족
수사팀 내에선 인력부족에 대한 하소연도 나온다. 현재 오송 수사팀엔 파견 검사 9명을 포함해 검사 16명과 수사관 16명이 배치돼 있다.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 사고를 수사했던 조광환 차장검사를 필두로 재해·재난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로 구성됐지만, 당초 21명이었던 검사 가운데 지원팀 5명이 빠지면서 16명이 됐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 100여명이 했을 일을 검찰인력 30여명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몫이 된 대형참사 수사를, 국무조정실이 우회적으로 검찰에 맡기면서 인력난을 피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전에도 경찰이 1차 수사 할 사안인데 검찰이 적은 인력으로 초기 수사부터 다 하려니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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