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3.2조 부실채권 털어내기 '지난해 2배 이상'

김두용 2023. 10. 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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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9월 3조2201억 부실 채권 상각 또는 매각하며 건전성 관리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올해 들어 9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는 부실 대출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을 통해 털어냈다. 그런데도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증가하면서 연체율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1∼9월 3조2201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조5406억원)의 2배 이상일 뿐 아니라 지난해 연간 규모(2조2711억원)를 이미 넘어선 규모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식으로 처리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올해 3분기만 보면 1조73억원어치 부실채권이 상·매각됐다. 2분기(1조356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작년 3분기(5501억원)의 1.83배에 이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 종료 등 영향으로 연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한 대손 상각·매각도 4분기 이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규모 상·매각이 이뤄지면 그만큼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만큼 최근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인 가계대출 증가 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은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권과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8월 말보다 각 4조9000억원, 2조4000억원 늘었다. 

분기말 대규모 '부실 채권 털어내기'로 9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한 달 새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7%·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말(평균 0.18%·가계 0.16%·기업 0.20%)보다는 0.13% 높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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