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뒷전…김태우 낼 때 끝났다" 野 분석한 보궐 승리 이유
비교적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야권의 정치인들은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여권 내부의 소통부재와 이념에 치우친 국정운영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해선 야당과도 대화하는 등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우 낼 때 끝난 싸움"
먼저 이들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운 점이 이번 선거에서 여권의 가장 큰 실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갑·초선)은 “유죄가 확정된 김 전 구청장 사면ㆍ복권과 출마에서 이미 국민들의 평가는 끝났다. 민주당에서 어떤 후보를 냈어도 국민의힘이 졌을 것”이라고 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도 “보궐선거 원인이 된 사람을 사면해서 선거에 낸 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용산의 결정에 (여당은) 전혀 문제제기도 못 하고 끌려갔지 않느냐. 주민들 입장에선 그 과정 자체가 대단히 모욕적”이라고 꼬집었다.
"여권 내부 쓴소리가 실종됐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충남 논산ㆍ계룡ㆍ금산, 재선)은 “대통령실이야 구중궁궐 안에 있으니 여론을 모를 수도 있지만, 민심을 살피는 게 정당의 기본적 업무인데 당이 당연히 나서서 ‘김태우를 공천하면 안 된다’고 설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을, 3선)은 14일 페이스북에서 “김기현 대표가 대통령실에 쓴소리 한 번이라도 한 적 있나. 여당이 아니라 단지 대통령을 배출하고 대통령실 눈치만 보는 정당으로 추락했나”라고 반문했나.
이상민 민주당 의원(대전 유성을, 5선)은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누구 하나 ‘(국정운영을)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한 사람이 없다. 다들 별다른 존재감도 없이 맹종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맹종하는 여당이 확 바뀌어야지 김 대표만 국한해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김 대표 체제만 바꾸는 건 임시 방편의 분장술”이라고 비판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부산 북ㆍ강서갑, 재선)도 “그렇게 대패를 하고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에 목소리 내는 사람이 누가 있나. 유승민·이준석·천하람 등 전부 (국회) 바깥에 있는 사람들뿐”이라고 지적했다.
"野와 대화로 의약분업 이뤄낸 DJ처럼"
그간 정부ㆍ여당의 메시지가 “‘민생’보다 ‘진영대결’에 방점이 찍혔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 재선)은 “길거리 현수막을 보면 전부 ‘가짜뉴스 척결’, ‘좌파 척결’ 같은 문구만 보인다. 먹고사는 문제와 아무 관계 없는 얘기에 치중하니 보수적인 국민들도 고개를 젓는다”며 “중도층도 7 대 3 이상 민주당에 쏠렸고, 보수층마저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경기 고양정, 초선)은 “정부ㆍ여당이 뭘 하고 싶은지를 알 수가 없다. 비전도, 정책도 안 보인다. 무조건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았다’고 탓만 한다”며 “절박감 없이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국정기조를 전환하고 야당과도 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원욱 의원은 “아무리 낮게 봐도 국민의 30%가 지지하는 야당을 인정하고, 대통령도 진영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도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협업하고 소수여당이 야당을 수없이 만나 설득하면서 의약분업과 남북관계 개선 등 과제를 해냈다”고 지적했다.
성지원ㆍ김정재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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