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외교관 가족 中서 피습…검색노출 차단에 의혹 증폭
지난 13일 오후 베이징에서 발생한 중국 주재 이스라엘 외교관 가족의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중국 경찰이 체포한 범인이 외국 국적이라고만 밝히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베이징 경찰은 이날 “13일 오후 2시(현지시간)께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쭤자좡(左家莊)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이스라엘인 외교관의 가족(남성, 50)이 외국 국적의 인원에게 칼로 찔렸다”며 “범죄 혐의자는 이미 경찰에 체포됐다. 초기 수사 결과 해당 외국 용의자(남성, 53)는 베이징에서 소매 경영에 종사하고 있다. 사건은 현재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나 범인의 국적 등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사건은 베이징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3.5㎞가량 떨어져 비교적 치안이 양호한 외교 단지에서 발생했다. 사건 직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와 X(과거 트위터)에 유포된 영상에는 흰 웃옷을 입은 백인 남성이 보도에서 심한 몸싸움을 하며 흉기로 피해자의 목 등을 수 차례 찌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건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건물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피해자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자 범인이 도망치는 모습도 담겨있다. 거리에서 촬영된 또 다른 영상에는 행인과 경찰보조원(輔警)이 피해자를 돕는 장면도 보인다. 해당 영상에는 “나는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왔다”는 중국어, “앰뷸런스가 곧 올 것”이라는 또 다른 영어 목소리도 들린다.
주베이징 이스라엘 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낮에 자국 대사관 직원이 칼로 공격을 당했으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안정을 찾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경찰의 발표만 보도했다. 이와는 달리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총편집이 13일 오후 자신의 웨이보에 “최근 팔·이의 엄중한 충돌로 인해 이번 사건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공격 원인이 팔·이 정세와 관련 있는지 당국이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기를 기다린다”고 썼다. 하지만 후 전 총편집의 글은 곧 검열로 삭제됐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SNS 검색어의 노출을 막은 상태다.
중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성전을 호소한 당일에 베이징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트위터리안 장핑(張平)은 “하마스 지도자가 금요일에 세계 각지에 지하드(성전)를 호소한 뒤 현재까지 프랑스 북부에서 한 건이, 베이징에서 두 번째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번에 공격한 범인과 배후 조종자를 엄중하게 처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이 중국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중 美대사관 “일정 바꾸고 번화가 주의하라”
주베이징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안전 주의보를 발령했다. 미국 대사관은 이날 오후 웨이보와 X에 “전직 하마스 지도자가 ‘분노의 날(day of rage)’로 선포한 날 사건이 발생했다”며 “주기적인 일정을 모두 바꾸고, 남의 주목을 살만한 행동을 피하며, 번화한 길을 건널 때 주의할 것” 등 불상사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베이징 전역에서는 삼엄한 경계와 검문·검색이 시작됐다. 오는 17~18일 140개국과 30여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하는 제3회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앞두고서다. 15일 오전 베이징 도심 궈마오 CBD에서는 사복 경찰 십여 명이 경찰견을 데리고 거리에서 행진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간선도로에는 10여 m 간격으로 초소가 세워졌다. 버스 정류장과 육교에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공안 요원들이 경비를 서는 모습이 목격됐다. 대사관이 밀집한 량마차오 지하철역 출구에서는 소총을 소지한 경찰이 지나는 행인의 신분증을 검문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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