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글로벌 IB까지 가담한 불법 공매도…“최대 과징금 부과 예상”
금융당국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장기간에 걸친 관행적 불법 공매도 사실을 처음 적발했다. 이들은 허술한 내부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실제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까지 공매도(무차입 공매도)하고 부족한 주식은 나중에 빌려서 채워 넣는 방식을 사용했다.
내부 거래로 주식 수 부풀려
15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글로벌 IB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 및 향후계획’을 발표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직접 국내 시장에 공매도할 수 없고, IB를 통해야 한다. 공매도 주문을 받은 IB는 실제 국내시장에서 공매도를 수행하는데,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사실상 의도적인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A사가 주식 100주를 가진 상황에서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150주의 공매도 주문을 받았으면, 원래는 모자란 50주는 다른 곳에서 구한 뒤 공매도를 해야 한다. 하지만 A사는 보유한 100주 중 50주를 A사의 다른 부서 B에 빌려주고, 이런 사실을 전산시스템에는 입력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전산시스템에는 A사가 원래 가졌던 100주는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A사의 B부서가 50주를 추가로 빌린 사실만 반영되기 때문에, 총 150주로 보유 주식이 부풀려지게 된다.
A사는 전산시스템으로 만든 이런 허위 주식 보유량을 바탕으로 150주의 공매도 주문(50주는 무차입 공매도)을 일단 낸 뒤, 주문 다음 날 모자란 주식을 채워 넣었다. 실제 결제는 매매거래 이틀 후 이뤄지기 때문에 그 안에 모자란 주식을 채워 넣으면, 형식적으로 정상결제가 가능했다.
고의성 의심 금감원 “모르고 하지 않았을 것”
금감원은 A사의 이런 비정상적 거래 방식이 사실상, 고의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중복 계산된 주식 수를 바탕으로 공매도하다 보니, 매매거래 다음 날 결제 수량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떴지만, A사는 원인 규명 및 시정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아서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글로벌 IB가 우리나라 시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불법) 공매도를 해왔다”면서 “이것을 우리 시장에 대해 이해가 없었다 몰랐다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무차입 공매도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금감원은 “국내 수탁증권사는 A사와 공매도포지션 및 대차내용을 매일 공유했고, 결제 가능 여부 확인 과정에서 잔고 부족이 지속 발생했지만, 원인파악 및 사전예방 조처 등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차입 가능 주식 추정해 공매도한 IB
“수수료 극대 목적…최대 과징금 예상”
금감원은 이들 IB가 시세를 조정할 목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IB들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주문을 받아 공매도를 수행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진 주식 수보다 더 많은 공매도 주문을 체결하면서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적발 IB들에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제도 도입 후 최대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최대 과징금은 지난 3월 ESK자산운용에 부과된 38억7000만원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한 회사와 유사한 영업을 하는 다른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특히 일부 IB는 장 시작 전 소유 주식 수보다 많은 물량을 매도하는 등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을 발견해 조사 중”이라며 “필요하면 해외감독당국과 긴밀한 공조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해외 소재 금융투자회사들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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