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우승컵 들어 올린 페굴라...8조 거부의 딸
여자 테니스 스타 제시카 페굴라(29·세계랭킹 4위·미국)가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페굴라는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위안웨(128위·중국)를 1시간23분 만에 2-0(6-2 6-3)으로 물리쳤다. 페굴라는 WTA 투어 통산 네 번째 단식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3만4228 달러(약 4600만원).
페굴라에게 한국 대회 우승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에겐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어머니 킴(54)이 한국계 입양아다. 킴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1974년 미국으로 입양돼 뉴욕에서 성장했다. 대학생 시절 미국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킴은 당시 미국의 기업가 테리(72)를 만나 1993년 결혼했다. 이후 킴도 사업가로 성공했다. 이런 이유로 페굴라는 처음 한국을 방문한 2019년 코리아오픈에서 자신을 "하프 코리안(Half-Korean)"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페굴라는 세계 60위였고 단식 1회전에서 탈락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재방문 올해 대회에선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이런 이유로 페굴라는 이번 대회 내내 한국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페굴라는 우승 후 "저는 엄마가 한국에서 입양된 하프 코리안"이라고 인사하자 경기장을 찾은 7000여 명의 팬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는 "한국말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그래도 저는 코리안 바비큐와 김치를 좋아한다. 이곳에서 우승해 특별하고, 내년에 다시 오겠다"고 인사했다. 마지막으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페굴라의 아버지 테리와 어머니 킴은 미국에서 천연가스, 부동산 등의 사업을 하는 억만장자 기업가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페굴라 부부의 순자산이 67억 달러(약 8조7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테리는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부호 128위를 차지했다. 페굴라 부부는 2011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버펄로 세이버스를 1억8900만 달러(약 246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14년 9월엔 미국프로풋볼(NFL) 버펄로 빌스를 14억 달러(약 1조8200억원)에 인수했다. 부부는 공동 구단주다.
페굴라는 '금수저라서 편하게 운동한다'는 비난도 받았다. 페굴라는 "부모님의 그런 배경으로 인해 힘들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선수 생활 초반 부모님의 도움이 나의 성장을 촉진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2014년 이후로는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했다"고도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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