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이란 막아달라"…항공모함 띄운 美 '확전 방지' 총력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이 확전 방지를 위해 군사·외교력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인근에 추가로 항공모함 전단을 긴급 배치하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등에 '외교적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하마스와 가까운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물론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의 참전을 최대한 막겠다는 구상이다.
CNN 등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항공모함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함(CVN 69)이 이끄는 항모전단을 동부 지중해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의지와 전쟁을 확대하려는 국가나 비국가 행위자를 억제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개전 이틀만인 지난 8일 이스라엘 인근 해역에 세계 최대 규모인 최신형 항모 제럴드 포드함(CVN 78)을 기함으로 한 항모전단을 배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젠하워 항모전단까지 합류하며, 웬만한 국가의 해·공군 전체 전력과 맞먹는 미 항모전단이 둘이나 이스라엘 인근에 배치된 것이다. CNN은 “미 해군의 가장 강력한 두 척의 항공모함 배치는 이란과 헤즈볼라 등에 (참전) 억제 메시지를 보내도록 설계됐다”며 “미 국방부는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추가 병력과 자산을 이 지역에 계속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은 특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신속대응부대인 제26 해병원정대(MEU)를 이스라엘에 접근시켜 미군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MEU는 2000명 이상의 해병으로 구성돼 현재 수륙양용 공격함인 바탄 상륙함에 배치돼 있다. 이들의 주 임무는 대피 작전과 인도주의적 지원 등이다.
미국은 외교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확전을 막기 위해 중동 국가들을 순방하고 있다. 지난 12일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까지 방문했다. 블링컨 장관은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났고, 13일엔 요르단에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회동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14일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외교장관을 각각 만나 분쟁의 지역적 확산을 방지하고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만나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통화하고 중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 확산을 막는 데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역내 안정을 유지하고, 다른 행위자들이 분쟁에 개입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 이후 미·중 간 고위급 관리의 접촉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관계 회복을 중재할 정도로 이란과 밀접한 관계”라며 “미국은 이런 중국에 이란과 헤즈볼라를 억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도 '자국민 보호를 위한 정당한 권리'로 보고 휴전이나 작전 규모 축소 등을 이스라엘 측에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에 반발한 이란이나 헤즈볼라의 참전만 최우선으로 차단하겠다는 생각이다. 가자지구에서 지상전 발생 시 예상되는 민간인 피해 등과 관련해선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론적 입장만 밝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의 속내도 복잡하다. 가자지구의 미국인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가자지구 내 미국 국적자 500여명의 대피 통로 마련을 위해 이집트, 카타르 등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인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14일 가자 남쪽 라파 통행로가 개방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집트 당국은 국경을 폐쇄한 채 인근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임시 시멘트 장벽까지 설치한 상황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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