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선 '띤'으로 통한 오리온…롯데 '초코파이 패권' 승부수
오리온과 롯데가 초코파이 패권을 놓고 아시아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오리온이 베트남 시장을 선점했다면, 후발 주자인 롯데가 ‘도전장’을 내민 모양새다. 두 회사가 각각 ‘초코파이’(1974년), ‘쵸코파이’(1978년)라는 이름으로 초코파이를 출시하지 50년 가까이 되도록 국내·외 시장에서 라이벌전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최근 인도 남부 첸나이주에 세 번째 초코파이 생산 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인도에서 롯데 초코파이 매출은 2021년 500억원에서 2022년 650억원으로 30% 증가했다. 수요가 급증하자 롯데는 300억원을 투입해 기존 공장을 증설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 국가로 부상한 인도에서 초코파이로만 올해 8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첸나이 공장과 함께 2015년에는 인도 북부의 뉴델리 하리아나주에 생산 공장을 추가해 남북을 잇는 ‘초코파이 벨트’를 구축한 상태다.
세계 1위 인구 대국 된 인도 겨냥
롯데는 2018년부터 파키스탄 펀자브주 라호르에 연간 600억원어치의 초코파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가동 중이다. 베트남 남부 빈즈엉에서도 초코파이를 직접 생산한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장한 현지 최대 규모의 복합 상업단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곳곳에는 초코파이 팝업 스토어를 열어 ‘부치(Bouchee)’라는 고급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베트남은 오리온이 지난 20년 동안 공들여 온 시장이기도 하다. 오리온에 따르면 베트남 내 초코파이 매출은 2020년 국내(840억원)를 추월했고, 지난해에는 1200억원을 기록할 만큼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어로 정(情)을 의미하는 ‘띤(Tinh)’이라는 단어를 제품명에 활용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는 베트남 파이 시장에서 7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며 ‘국민 파이’로 자리매김했다”며 “현지에서 제사상에도 오를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온 초코파이의 중국·베트남·인도 합산 매출은 2021년 3190억원에서 지난해 3740억원으로 17.2%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매출은 2890억원으로 이미 한국에 비해 3배 이상 크다. 러시아(1110억원)를 포함한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처음 5000억원을 넘겼다. 30년 전 해외 진출 초기에는 기후 문제 등으로 곰팡이가 발견되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초코파이 10만 개를 현장에서 불태우고, 포장 재료를 바꾸는 등 품질 개선에 나서면서 신뢰를 쌓았다.
오리온과 롯데는 1980년대부터 국내에서 포장 디자인과 제품 이름을 두고 다툼을 벌였다. 롯데는 처음에 ‘쵸코파이’를 상품명으로 쓰다가 “‘초코파이’ 상표에 독점 사용권이 없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이름을 바꿨다. 양사는 90년대에는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상표권으로 다퉜다. 중국에서는 롯데가 먼저 ‘초코파이’를 상표 등록해 오리온은 ‘오리온파이’라는 이름을 써야 했다.
최근엔 증설과 현지 입맛 공략에 집중
두 회사는 최근 직접 충돌을 피하는 대신 과감한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로 개성 있는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딸기·망고 등 과일 맛과 향을 첨가하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소비자들을 위해 소에서 나오는 젤라틴을 사용해 할랄 인증을 받는 식이다. 과자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류와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지속하면서 현지 교민 시장에서나 소규모로 팔리던 한국 과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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