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케미칼 3형제 “2030년까지 고부가 제품 매출 60%로”
세계 석유화학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롯데그룹 화학군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수익성 제고 방안을 제시했다.
15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CEO·부회장) 겸 롯데케미칼 대표와 김용석 롯데정밀화학 대표,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내 주요 투자기관 30여 곳을 대상으로 ‘CEO 기업설명회(IR) DAY’ 행사를 열었다. 김교현 부회장은 이날 “급격한 국제 정세 및 화학산업 변화에 따른 민첩한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라며 “수익성 최대 확보와 효율성 최적화라는 목표 아래 사업을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돌격에 시장 빼앗긴 석화 제품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범용 제품으로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 석유화학 제품은 경기 침체로 수요가 부진하다. 또 중국 정부가 자급률을 100%까지 올리겠다며 공장을 증설하고, 저렴한 물량을 쏟아내면서 마진이 나빠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94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부회장은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 라인 확대를 돌파구로 내세웠다. 저수익 범용 사업군 비중을 축소하고, 중국 기업이 따라오지 못하는 분리막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태양광 에틸렌초산비닐(EVA) 등 고부가 제품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친환경 전환도 속도를 낸다. 2030년까지 리사이클소재(PCR) 사업을 연 50만t으로 확대하고, 같은 기간 국내 최대 페트(PET) 생산기지인 울산공장을 34만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제품 확대와 친환경 제품 전환으로 “2030년 스페셜티 소재 매출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고 기존사업 경쟁력 고도화로 신규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7조 투입한 배터리 사업은 ‘바닥론’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 역시 2030년 ‘글로벌 톱10 스페셜티 회사’를 목표로 삼고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와 청정 암모니아·수소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린소재 부문에서는 셀룰로스 유도체(식물성 펄프를 원료로 한 화학소재) 글로벌 1위 생산을 목표로 내세웠다. 셀룰로스 유도체는 의약 코팅이나 대체육 첨가제 등에 쓰이는데 기술장벽이 높고 성장성이 가파른 분야다.
실제 롯데정밀화학은 올 3분기가 바닥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린소재 사업이 선방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가성소다와 암모니아 가격이 반등해 케미컬 부문은 3분기가 바닥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배터리 소재 사업 강화를 위해 2조7000억원을 들여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출범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아직은 성적이 부진하다. 이날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해 동기 대비 52% 줄어든 110억원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고강도·고연신(잘 늘어나는 성질)의 하이브리드 동박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북미 시장을 공략해 고급 제품군에서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자본 시장과 소통 강화를 위해 회사별 핵심 전략과 시너지 창출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중국의 추격과 친환경 기조로 화학군 사업 전반에 대한 체질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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