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2차전지인데…LG엔솔은 '짱짱' 에코프로는 '어닝쇼크' 왜

김수민 2023. 10. 15. 15: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는 지난 7월 111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주당 100만원을 웃돌며 ‘황제주’로 불리던 2차전지소재 업체 에코프로와 자회사들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대조되는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같은 2차전지주인데, 실적 엇갈린 이유는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올 3분기 잠정 매출 1조9045억원, 영업이익 6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8.9% 급감했다. 세계 양극재 1위 기업 에코프로비엠(영업이익 459억원)과 환경 사업을 하는 에코프로에이치엔(영업이익 115억원) 역시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양극재 회사의 공급구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소재→셀→완성차’로 이어지는 제품 공급구조상 앞단에 있는 ‘소재’ 회사가 원료 가격이 오르내리는 직격탄을 가장 크게 받는다는 말이다. 양극재 주요 원재료인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해 3분기 t당 7만 달러(약 9500만원) 수준에서 올 3분기 약 3만2000달러(약 4300만원)로 1년 새 반 토막 났다. 지금처럼 리튬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광물 가격이 올랐을 때 비싸게 구입한 리튬으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떨어진다.

반면 양극재 기업의 주요 고객사가 되는 배터리셀 기업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대량으로 계약하는 양극재는 3~6개월 단위로 가격을 조정한다. 출렁거리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광물 가격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원료 가격이 하락해도 단기적으론 마진에 큰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삼성SDI ‘소폭 개선’, SK온 ‘적자 지속’ 전망


하지만 배터리 업계도 긴장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광물 가격이 내려간 이유가 중국·유럽 등 주요 국가의 전기차 판매 성장률 둔화인 탓이다. 원료 가격 하락세가 길어지면 배터리셀 업체 역시 판가 하락이 불가피해져 수익성이 나빠진다. 증권가의 전망이 밝지 않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는 5157억원이다. 직전 분기에 기록한 4502억원보다 소폭 상승한 실적이지만, 당초 전망치였던 5200억원을 밑돈다. SK온은 3분기 1576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당초 예상했던 손실 규모는 5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지난 3분기 매출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잠정)을 기록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포트폴리오 구조에 따라 업체별 희비가 갈렸다’고 분석했다. LG엔솔은 토요타와 폭스바겐, 현대차·기아 등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를 모두 고객으로 확보했다. 삼성SDI는 BMW 등 상대적으로 가격에서 자유로운 하이엔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SK온은 주요 고객인 포드와 폭스바겐이 수요 부진을 겪으면서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근영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中에 수익성 크게 밀린 ‘K-배터리’


여기에 더해 중국의 성장세는 아찔하다. 글로벌 1위 기업인 CATL의 상반기 매출은 1892억4600만 위안(약 33조8400억원)으로, LG엔솔·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의 매출을 모두 합친 금액(35조7174억원)과 비슷하다. 영업이익률은 13.4%로 국내 3사(LG엔솔 5.2%, 삼성SDI 7.7%, SK온 –3.6%)을 압도한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 배터리 소재 수직 계열화에다 저렴한 전기요금 등 정부 지원이 더해진 덕분이라고 해석한다.

다만 유럽 시장에서 중국 견제 기류가 형성되는 것은 K-배터리 업체에 호재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중국 규제가 미국처럼 전면적이지는 않았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진 상황에선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은 한국 업체와 협업이 최선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