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다시 걷는 ‘임금의 길’…일제에 훼손된 광화문 위엄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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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만에 복원된 광화문 월대(越臺, 月臺·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대)가 마침내 시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재청은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 앞 광장에서 월대와 현판 복원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갖고 월대와 현판을 공개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뒤 1968년 콘크리트로 복원한 광화문에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친필로 쓴 '광화문' 한글 현판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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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만에 복원된 광화문 월대(越臺, 月臺·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대)가 마침내 시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정 바탕에 금빛 글자로 바꾼 새 현판 ‘光化門(광화문)’도 내걸렸다.
문화재청은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 앞 광장에서 월대와 현판 복원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갖고 월대와 현판을 공개했다. 이로써 일제 강점기 훼손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경복궁 광화문 월대의 ‘임금의 길’을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월대는 조선시대 궁궐, 종묘 등의 중요한 건물이나 정문 앞에 약간 높게 설치하는 진입로서 왕실의 주요 의례나 행사가 펼쳐지는 무대 역할을 했다. ‘임금의 길(어도)’을 가운데 두고 양 옆에 ‘신하의 길’이 있는 3단 구도로 돼 있다. 신하는 입궐할 때 월대 앞 해태상이 있는 위치에서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야 했다.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광화문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해왔다. 조사 결과 광화문 월대는 길이 48.7m, 폭 29.7m 규모로 육조 거리를 향해 뻗어 있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경복궁의 역사성을 온전히 회복하고 궁궐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기 위해 월대 복원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월대는 길이 약 50m에 불과하지만 왕의 위엄을 드러내는 시각적인 장치이자 상징적인 무대 장치로서의 효과는 아주 커 보였다. 해태상 1쌍도 월대 앞 양 옆으로 위치를 옮김으로써 경복궁의 위엄을 한층 높이는 효과가 났다. 해태상은 훼손 전에는 광화문 광장 쪽으로 더 나온 위치에 있었다. 어도 입구 서수상(瑞獸像·상상 속의 상서로운 동물상) 1쌍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서수상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소장품으로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야외 전시장에 놓여 있었는데 문화재 ‘덕후’인 한 시민의 제보로 제자리를 찾게 됐다.
고종(재위 1863∼1907)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기록인 '영건일기'(營建日記)와 각종 사진 자료를 토대로 보면 광화문 월대는 여러 차례 변화 과정을 겪었다. 특히 조선총독부가 1910년대에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알리는 조선물산공진회 행사를 추진하고 1923년 이후 전차 선로까지 놓으면서 월대는 제 모습을 잃었다.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된 기존 한자 현판은 13년 만에 철거됐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뒤 1968년 콘크리트로 복원한 광화문에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친필로 쓴 '광화문' 한글 현판이 걸렸다. 2006년부터 광화문의 '제 모습 찾기' 사업이 시작된 결과 2010년 새로 제작된 현판이 걸렸다. 새 현판은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이자 영건도감 제조(營建都監 提調·조선시대 궁 등의 건축 공사를 관장하던 임시 관서의 직책)를 겸한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한 것이다. 하지만 3개월 만에 `광(光)' 자 앞쪽에 균열이 생기며 부실 복원 비판이 쏟아졌다. 현판을 재제작하면서 이번에는 글씨 색깔 논란이 일었다. 당초 문화재청은 기존 색깔을 고수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사진 자료가 나오고 영건일기에 검은 바탕에 금색 글자를 뜻하는 '묵질금자'(墨質金字), '흑질금자'(黑質金字) 등의 문구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2018년 나오면서 지금의 글씨 색깔로 최종 결정이 됐다.
서울시립대 신희권 교수는 “조선의 궁궐 건축에서는 정문과 월대가 한 몸이다. 그 월대가 복원되고 현판까지 고종 당시 대로 복원이 돼 뜻깊다”고 말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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