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항해에도 '팔딱팔딱'…美 사로잡은 한국산 광어의 비결

안대훈 2023. 10. 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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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미국 15일 항해에도 ‘팔딱팔딱’


경남 수산물 수출업체 '아라F&D'에서 세계 최초 개발한 활어 운반용 '활컨테이너'에 수출용 활어를 넣고 있다. 수조 4개에는 산소발생기ㆍ수온조절장치ㆍ여과기 등 생명유지장치까지 설치돼 있다. 자료 아라F&D
지난 10일 오후 3시(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 ‘PAFCO’ 본사. 연 매출이 3억5000만 달러인 대형 수산물 수입업체다. 지난해 한국에서만 1200만 달러(한화 161억원)어치 수산물을 수입했다. 수산물 분야에 한정하면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유통회사다.

PAFCO에는 광어·조피볼락(우럭)·참치·오징어·갈치·고등어 등 각종 수산물이 담긴 컨테이너가 매일 들어온다. 이 중에서도 한 컨테이너가 눈에 띄었다. 가로ㆍ세로 2m, 높이 1m의 수조 4개가 설치된 40피트 컨테이너 내부에는 산소발생기ㆍ수온조절장치ㆍ여과기 등 생명유지장치까지 달려 있었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해 12년째 운용 중 활어 수송 전용 ‘활컨테이너(Livecon)’였다. 대량의 활(活) 수산물을 해상운송 가능한 기술이다. 1개당 제작비용만 2억원이 넘는다.

경남 수산물 수출업체 '아라F&D'에서 세계 최초 개발한 활어 운반용 '활컨테이너'. 수조 4개에는 산소발생기ㆍ수온조절장치ㆍ여과기 등 생명유지장치까지 설치돼 있다. 사진 경남도

앞서 부산항에서 출발한 활컨테이너는 약 15일 항해 끝에 도착했다. 수조를 가득 채웠던 한국산 광어 2t은 이미 동이 난 상태였다. 긴 여정에도 광어는 ‘팔딱팔딱’ 싱싱했다고 한다. PAFCO 관계자는 “빠르면 이틀, 늦어도 사나흘 안에 (도매상에게) 다 팔린다”고 했다.


韓 활어, 美 현지서 인기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한국 활수산물 시식행사'에서 셰프 Johnny Tran이 요리에 사용할 한국산 광어를 손질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한국산 활(活)수산물이 미국 현지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냉동ㆍ냉장 수산물보다 위생적이고 싱싱하단 반응이다. 광어는 생선회뿐만 아니라 고급식당에 필요한 스테이크용으로도 판매된다고 한다. 특히 활수산물 수출업계는 시장 규모가 큰 화교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살아 있는 생선을 찌거나 튀겨 먹는 중화권 식문화에 알맞아서다. 수산물 업계 관계는 “잘 나가는 중화 식당 1곳이 스시집 10곳과 맞먹을 정도”라고 했다.

특히 경남 남해안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이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은 경남 수산물 수출 3위 국가로, 수출액은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2700만 달러에 이른다. 경남 수산물은 지난 4월 미 식품의약국(FDA) 점검단 현장실사에서 육ㆍ해상 오염관리시설 등 위생관리체계 모든 항목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여파 주춤하던 활어 수출 재개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대형 수산물 수입업체 'PAFCO'와 경남 수출업체 '아라F&D' 200억 달러 규모 수출협약을 맺었다. 오른쪽부터 박완수 경남지사, 허윤 PAFCO 대표, 박태일 아라F&D 대표, 김영완 LA총영사. 사진 경남도
이날 PAFCO 등 미 대형 수산물 수입업체와 경남 수출업체 간 수백만 달러 규모 수출협약도 체결됐다. 활컨테이너 기술을 보유한 수산물 수출기업 ‘아라F&D’는 이날 PAFCO와 200억 달러, 또 다른 미 수산물 유통업체 JJWV(연매출 1200만 달러)와 100만 달러 규모 수출협약을 맺었다. 아라F&D는 경남 활수산물 수출 물류 거점센터에 입주 회사로, 활컨테이너 60대를 보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춤하던 활수산물 수출도 점차 회복하는 분위기다. 박태일 아라F&D 대표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엔 280t을 수출했는데, 코로나19 이후 해외 항만에서 하역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불황을 겪었다. 항구에서 수십일 발목이 잡히니 활어가 살아남질 못했다”면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점차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 광어뿐만 아니라 황금광어·하동 녹차 참숭어·우럭·참돔·멍게 등 다양한 수산물 유통으로, 세계 시장에 인지도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지 시식행사…경남도 지원사격


경남도는 남해안 수산물 수출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같은 날 LA 현지 식당에서 열린 한국 수산물 수출 활성화를 위한 시식 행사에서 FDA 등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경남 수산물을 홍보했다. 시식 행사에는 미국 현지 언론사와 주요 수산물 수입 바이어, 레스토랑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한국 활수산물 시식행사'에 나온 한국산 광어를 활용한 요리. 안대훈 기자
LA에 사는 빌 셸턴(63)은 “평소에도 스시 등 수산물을 잘 먹는다”며 “특히 오늘 음식은 너무 맛있다. 양념이나 소스를 많이 넣지 않고, (활어) 생선 맛을 그대로 살린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수산물 해외 수출시장 확보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로스엔젤레스=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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