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전종서와 뭉친 '발레리나' 이충현 감독 "말 안해도 통했다"
'콜' 이충현 감독, 연인 전종서 재회
"여자들이 판 엎는 이야기 끌리죠"
“남성들의 설교를 다 들어주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는 '옥주'란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성범죄자들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액션 영화 ‘발레리나’로 넷플릭스 전 세계 영화 순위 2위에 오른 이충현(33) 감독의 말이다. 장편 데뷔작 ‘콜’(2021)로 연인 사이가 된 배우 전종서(29)와 두 번째 장편으로 뭉쳤다. 5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 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출시해 사흘 만에 62개국 톱 10에 올랐다. 버닝썬 게이트‧N번방 등 실제 사건이 연상되는 자극적인 소재, 총격 액션‧맨몸 격투로 남성 폭력배들을 쓰러트리는 전종서의 살상 무술이 주목받는다.
불법 성 착취 영상물에 희생당한 발레리나 친구 민희(박유림)와 그를 위해 복수에 나선 경호원 출신 주인공 옥주(전종서) 등 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점이 지적되지만, 액션 볼거리에 충실한 연출을 선호하는 장르 팬도 적지 않다. 네온 빛에 물든 독특한 화면 질감, 이민자들이 드나드는 슈퍼마켓, 화염방사기를 쏘는 노인(김영옥) 등 이국적 풍경도 눈에 띈다. 해외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한국의 ‘킬 빌’’ ‘여자판 ‘존 윅’’ 등 할리우드 영화에 견준 평가도 보인다.
"왕처럼 군림하는 男, 생각보다 별것 아냐"
포스트 봉준호‧박찬욱을 찾는 요즘 영화계에서 그는 최근 동명 시리즈로 확장돼 히트한 단편 ‘몸 값’(2015)부터 주목받았다. 여성 주인공의 반전 서사가 그의 특기. 단편 ‘몸 값’은 모텔방에서 여고생(이주영)과 흥정을 벌이던 아저씨(박형수)의 최후를 그렸다. ‘발레리나’에는 여성에게 몰래 약을 먹여 동영상을 찍는 SM 취향 성범죄자 최프로(김지훈)가 나온다.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최프로는 사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지질한 신세다. 이 감독은 “여성들을 가스라이팅‧그루밍하고 왕처럼 굴면서 부리는, 이런 인물들이 생각보다 별것도 아닌 볼품없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여동생만 둘이거든요….” 다음은 일문일답.
"여성이 판 엎는 얘기 끌려, 전종서 대체 불가"
Q : -넷플릭스와 두 작품째다.
“‘콜’ 이후 차기작을 고민하던 중 여러 (성범죄) 사건이 있었다. 영화에서 통쾌함을 담고 싶었고, 표현 수위, 담는 내용에 대해 자유롭길 원해 바로 넷플릭스를 떠올렸다.”
Q : -‘몸 값’부터 강한 여성상을 그려온 배경은.
“여동생이 둘이다. 예술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단편영화를 만들면 항상 여성이 판을 뒤집어엎는 이야기가 됐다.”
Q : -전종서를 거듭 캐스팅했는데.
“제가 아는 전종서는 자기가 꽂히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뒤를 계산하지 않고, 타 죽더라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이다. ‘발레리나’는 시나리오 쓸 때부터 영감을 받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좋은 부분이 많다.”
Q : -‘발레리나’는 옥주가 친구 민희를 위해 복수에 나선 계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데.
“끝까지 고민했다. 민희가 겪은 범죄 피해를 얘기하기 시작하면 지금이랑 영화의 결이 달랐을 거다. 많은 사람이 이미 아는 사건도 있고 해서 영화에서 파고들면 어쩌면 더 불편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왕자웨이·레트로 선호…필름 질감 살렸죠"
영화는 최근 젊은 세대에 각광받는 ‘레트로풍’ 모양새다. ‘중경삼림’(1994) ‘타락천사’(1995) 등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1990년대 청춘 영화 분위기가 흐른다. 광각‧망원렌즈를 과감하게 쓰고 조명‧색 보정도 필름 질감을 살렸다. 이 감독은 “왕자웨이 감독을 좋아해서 무의식적으로 영향받은 것 같다”면서 “옛날 영화가 개성이나 색깔이 더 있는 것 같다. 지금 나오기 어려운 그런 독특한 감성에 끌린다”고 했다.
"타란티노·놀런 좋아해…한국 SF 시장 뚫리길"
이 감독은 '몸값' 원작 단편의 판권 판매 후 손을 뗐다. 그는 “연출 제안도 받았지만, 내가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장르영화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크리스토퍼 놀런. “로맨틱 코미디나, 드라마 연출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 준비 중인 건 SF 장르죠. 요즘 어려운 한국 SF 시장도 언젠가 뚫리면 좋겠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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