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핍박 받는 민초들의 삶, 한줄기 빛을 기다리다
[김상화 기자]
▲ MBC 드라마 '연인' |
ⓒ MBC |
모처럼 MBC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워준 <연인>이 한 달여 휴식을 끝내고 파트2로 돌아왔다. 지난 8월 인기리에 방영된 <연인> 파트1은 조선 병자호란 시기를 배경으로 엇갈린 두 남녀의 운명 같은 사랑, 핍박 받는 민초들의 삶을 녹여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두 자릿수 시청률, 각종 화제성 지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연인>은 지난 2021년 <옷 소매 붉은 끝동> 이후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MBC 드라마에간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비록 파트 1 엔딩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 대하 서사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의 유사성 논란 등 잡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연인>은 분명 독특한 색깔의 사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2023년을 멋지게 장식한 프로그램임을 입증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보내고 돌아온 <연인>파트2는 여전히 청나라의 혹독한 억압 속에 고통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머나먼 중국 땅으로 끌려온 수많은 조선의 포로 중에는 유길채(안은진 분)도 있었으니 이제 이야기는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채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 MBC 드라마 '연인' |
ⓒ MBC |
장현 도련님(남궁민 분) 대신 가족들에 대한 생각에 결국 남게 된 길채였지만 그녀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기만 했다. 구원무(지승현 분)과 혼사를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장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길채와 멀어진 장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많은 백성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포로라는 명목 속에 청나라로 노예처럼 끌려가던 일이 허다했던 그 시기, 길채 역시 검은 마수를 피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납치되어 손발 꽁꽁 묶인 채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 청나라 땅 심양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 무렵 장현 역시 그곳에 존재했다. 조선인 포로를 청나라로 보내는 '포로 사냥꾼'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는 몰래 그들을 빼내거나 재물을 사용해 구하는 일을 하는 이중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13일 방영된 11회 말미 포로가 되어 청나라에 온 길채를 목격한 장현은 그저 먼 발치에서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안타까움을 자아낸 이 장면은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과연 장현은 어떻게 할 것인가?
▲ MBC 드라마 '연인' |
ⓒ 연인 |
청나라로 끌려온 건 비단 백성 뿐만이 아니었다. 볼모라는 명목 속에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김무준 분) 역시 그곳에 잡혀온 신세나 다름이 없었다. 청나라 측은 세자에게 직접 농사를 지어 먹을 것을 구하라고 명해 그를 난감하게 만든다. 이때 장현이 기지를 발휘했다. 포로들을 사와 농꾼으로 쓸 것을 요청했고 이를 통해 훗날 조선으로 데려갈 수 있는 기회를 엿본 것이다.
반면 길채는 청나라 귀족의 몸종이 되고 말았다. 그곳에서 잠자리 시중을 들게 되었고 애첩이 될 뻔 했지만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어 위기를 모면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는 신세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역병이 돌고 있다"라는 고성과 더불어 대혼란이 벌어졌다. 이를 틈타 포로들은 중국 관리들을 제압하고 속속 탈출에 돌입했고 갈채 역시 종종이(박정연 분)과 함께 그곳을 빠져 나왔다.
하지만 도망의 길이 순탄할 리 있을까. 중국의 포로 사냥꾼 각화(이청아 분) 일당이 말을 타고 그 뒤를 쫒고 있었다. 때마침 몽골에서 소를 사서 돌아오던 장현이 이 광경을 목격했고 각화에게 말을 걸며 추적을 방해했다. 다행히 날아간 화살은 땅에 쳐박히긴 했지만 각화는 다시 한 번 길채를 겨냥해 활시위를 당겼다. 이에 장현 또한 각화를 조준해 화살을 쏠 준비를 끝마쳤다. 일촉즉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 MBC 드라마 '연인' |
ⓒ MBC |
비록 몸은 멀어졌지만 서로를 향한 애절한 마음의 정은 더욱 깊어만 갔다. 13, 14일에 걸쳐 방영된 <연인> 파트2는 이전 파트1 대비 더욱 암울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이보다 더 참혹한 현실이 백성들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로로 청나라에 끌려간 길채를 비롯한 사람들에겐 지옥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버티면서 기회를 엿봤고 결국 탈출에 돌입하는 내용은 시청자들이 긴장의 끈을 잠시도 풀지 못한 채 화면을 주시하게 만들었다. 극과 극의 대비되는 위치에 놓인 장현과 길채의 현실은 이 드라마의 향후 전개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흠 잡을 것 없이 빼어난 남궁민의 연기는 여전히 <연인>을 지탱하는 근원임을 입증했고 안은진 역시 고통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길채라는 캐릭터에 힘을 몰아 넣는다. 때마침 등장한 인기 예능 <놀면 뭐하니?> 출연진의 깜짝 카메오 출연은 마치 목을 축이게 하는 물같은 존재였다. 과거 <이산>부터 여러 드라마 특별 출연으로 다져진 유재석-하하의 연기는 파트2 돌입 후 절망과 좌절 뿐인 이야기 속에 잠깐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했다.
이제 <연인> 파트2는 더 큰 위험이 중요 인물들 앞에 놓일 전망이다. 이를 어떻게 뚫고 나갈까. 지난 한 달여의 기다림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이번 방송분을 통해 입증했다. 그 어느 때 이상으로 치열햐진 지상파-종편-케이블 주말 드라마 경쟁 속에서도 <연인> 파트2는 여전히 막강한 존재임을 과시하며 우리들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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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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