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X파일]강서구청장 투표율 48.7%, 정말 역대급 기록일까

류정민 2023. 10.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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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재보선 투표율에 얽힌 선거 판세의 속설
강서구청장 투표율, 지방선거 투표율에 육박
투표율 높고 낮음에 따라 정당 희비 엇갈릴까

편집자주 - ‘정치X파일’은 한국 정치의 선거 결과와 사건·사고에 기록된 ‘역대급 사연’을 전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재·보선을 말할 때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것은 2011년 4월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선거다. 당시 재·보선은 전국 38개 선거구에서 열려 ‘미니 총선’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특히 분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표급 정치인이 맞붙었던 선거다.

손학규 민주당 후보와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는 모두 당 대표 경험이 있는 대선후보급 정치인이었다.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자존심이 걸린 승부였다.

당시 투표율은 무려 49.1%에 달했다. 수도권 재·보선 투표율은 보통 20~30% 수준이었는데, 분당을 선거는 유권자 관심이 뜨거웠다는 얘기다. 당시 손학규 후보가 박빙 승부를 이어간 끝에 강재섭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투표율은 두고두고 화제였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날인 11일 서울 강서구 방화1동 제9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평일에 치른 재·보선에 유권자 절반에 가까운 인물이 투표한다는 것은 엄청난 선거 열기를 반증한다. 정치 고관여층은 물론, 저관여층도 투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가능한 수치다.

주목할 부분은 당시 선거가 당 대표급 유력 정치인의 맞대결이자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였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국회의원 선거보다 기초단체장(시장, 군수, 구청장) 선거 투표율은 낮은 편이다. 정치적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유권자의 관심도 덜하기 때문이다.

2011년 4·27 재·보선 당시에도 기초단체장 선거는 있었다. 서울에서는 중구청장을 새로 뽑았다. 당시 후보가 누가 나왔고, 어떤 인물이 당선됐는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관심의 초점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일인 6일 서울 강서구 방화1동주민센터 앞에 사전투표소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당시 서울 중구청장에는 한나라당 최창식 후보가 뽑혔는데, 51.3% 득표율로 당선됐다.

중구청장 선거 투표율은 31.4%로 조사됐다. 같은 시기,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가 50%에 가까운 투표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중구청장 선거 투표율은 상당히 낮았다.

4·27 재보선 당시 투표 상황을 언급한 이유는 지난 11일 열렸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율이 어떤 수준이었는지 체감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48.7%에 달했다. 이게 얼마나 높은 투표율인지, 수치만 보면 잘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참고로 강서구청장 사전투표율 22.6%는 수도권에서 열렸던 재·보선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기초단체장 선거였음에도 50%에 가까운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자가 11일 보궐선거 투표가 끝난 후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해 6월1일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 선거 투표율은 51.7%였다. 평일에 열렸던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휴일에 치른 지방선거 투표율에 버금갈 정도로 높았다.

48.7%에 달하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대다수 정치 전문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결과다. 투표율을 30%대로 설정해 선거 판세를 예측하던 이들은 설계 자체를 다시 해야 할 정도로 예상 범위를 넘어선 투표율이었다.

재·보선 투표율을 둘러싼 선거 판세의 속설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선거 때마다 특정 투표율을 예로 들면서 몇 퍼센트를 넘어서면 어떤 정당이 유리하고, 넘지 못하면 다른 정당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과학적인 근거에 따른 결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재보선 투표율에 따라 특정 정당 유·불 리가 달라진다는 관측은 허점이 많다. 투표율이 높으면 더불어민주당 쪽이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으면 국민의힘 쪽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11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당직자들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TV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투표율이 낮을 경우 상대적으로 선거 참여 의지가 높은 연령대인 장년층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을 고려한 분석이다. 하지만 투표율 자체보다는 열성 지지층 참여 열기가 훨씬 더 중요한 선거 판세의 변수라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4월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투표율이 58.2%로 상당히 높았다.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57.5% 득표율로 여유 있게 승리했다. 민주당은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올라가는 것을 보며 승리의 기대감을 키웠는데, 결과적으로 39.2% 득표율에 머물면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서울에서 열렸던 기초단체장 선거인 2008년 6월4일 강동구청장 재·보선 투표율은 23.4%에 불과했다. 재보선 투표율을 둘러싼 정치권 속설에 따르면 낮은 투표율은 장년층에서 강세를 보이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져야 하는데, 승자는 통합민주당이었다.

통합민주당 이해식 후보가 53.1% 득표율로 여유 있게 승리했다.

재보선 투표율이 낮으면 민주당 계열 정당에 불리하고, 높으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 불리하다는 가설은 실제 선거 결과와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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