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범 "수도권, 5개 등급으로 분류해 총선 전략 짜야"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김희정 2023. 10.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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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정두언 보좌관으로 정치권 입문
오세훈 측근으로 서울시 전 부시장
고향 '서대문을'서 20년간 정치활동
"최고험지 '서대문을' 필승전략 있다"
송주범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이 서울 서대문구 국민의힘 서대문구의원 합동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스물한 번째 순서로 국민의힘 지방자치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주범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을 만났다.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태어나 건국대를 졸업하고,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故) 정두언 전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해, 오세훈 시장이 재임하던 2006~2010년 제7대 서울시의원(서대문)을 지냈다. 스스로를 "정두언의 정치적 후계자"로 표현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그를 '오세훈 라인'으로 분류한다.

지난 2020년부터는 정 전 의원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민의힘 서대문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22년 오세훈 시정에서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정 전 의원 보좌관부터 서울시의원을 거쳐 현재까지 약 20년을 서대문에서 활동한 서대문 전문가다.

다음은 송 전 부시장과 일문일답.

Q. 정치권 입문 계기가 궁금하다

"고(故) 정두언 전 의원과는 오래된 지인이다. 형·동생으로 지내다가 정 전 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면서 보좌관으로 도왔다. 서울시의원도 정 전 의원이 권유해 나가 당선돼 일하게 된 것이다. 인생 롤모델과 같은 분이다."

Q. '오세훈 라인'으로 분류된다. 오 시장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2006년에 서울시의원 당시, 초선 최초로 예결위원장을 맡았다. 그때는 오 시장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의원이라는 행정부 감시 역할이 있고, 예산 심의의결권이 있기 때문에 항상 서로 견제 대상이었다.

결정적으로 가까워진 계기는 2019년 전당대회에서 오 시장 당대표 선거를 도우면서다. 당시 선거는 오세훈·홍준표·황교안 삼파전이었고, 누가 봐도 황교안 전 대표가 당선되는 선거였지만, 나는 소신 있게 오세훈을 지지했다. 안정감이나 정무감각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이후 지난 2021년 4·7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오 시장을 도우면서 굉장히 가까워졌다. 당시에도 경선에서 전직 국회의원·장관부터 각 당협위원장 등은 모두 유력주자였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도왔지만, 나는 오 시장을 선택했다."

Q. 가까이서 본 오세훈의 매력은 무엇인가

"오 시장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사람을 많이 믿는다. 참모들이 목숨을 걸고 얘기하면 듣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커피를 먹으려던 오 시장은 참모가 녹차를 먹으라고 끊임없이 얘기하면, 녹차를 먹는다.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하자면 유승민 전 대표는 무조건 자신이 처음에 선택한 커피를 마신다. 만약 녹차를 권유하려면 그만한 지식과 논리를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엔 커피를 선택했는데 녹차 먹으라고 한다고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궁금하니 뒤에선 녹차를 마셔본다. 홍 시장은 본인의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송주범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이 서울 서대문구 국민의힘 서대문구의원 합동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을 수행한 후, 서대문을 당협위원장에 다시 임명되지 못했다

"서운한 마음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당의 뜻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서대문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고, 정치권에 입문해 20년 가까이 활동한 곳이다. 정두언 전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서대문을 오랫동안 관리했기에 누구보다도 서대문에 대해서 잘 안다. 서울시의원도 여기서 했고, 서대문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마음은 변함없다."

Q. 서대문을은 국민의힘에서 험지로 분류된다

"정두언 전 의원이 17~19대 총선에서 세 번 당선되고, 그 이후로는 민주당이 가져갔다. 서대문은 원래 민주당 강세 지역인 곳으로 국민의힘에게는 서울 최고 험지다. 서울시 49개 당협중에서 당원수도 늘 꼴찌였다.

정 전 의원 의원도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정무부시장직을 수행하고 와서, 당시 뉴타운 바람과 함께 뉴타운 비전을 제시하며 어렵게 당선된 것이다. 그 이후에는 경쟁 후보들을 잘 만난 운도 있었다."

Q. 서대문을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험지인 지역에서 이길 자신이 있나

"같은 서대문이라도 서대문을은 서대문갑과 다르다. 상대적으로 낙후 지역인 서대문을에는 숙원사업이 많다. 그만큼 발전가능성도 많다. 그 포인트를 잘 공략할 것이다."

Q. 구체적으로?

"서대문을에는 지하철역이 홍제역 단 한 개 밖에 없다. 그만큼 교통이 잘 정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대문 숙원사업인, 서부경전철 등 교통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서부경전철은 내가 2006년 서울시의원을 하면서 유치했고, 당시 오세훈 시장이 2007년 서부경전철 사업을 발표했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가 들어오면서 10년 동안 중단되고 아직 착공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지난해 확정된 강북횡단선도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자신 있다."

Q. 서울시와 긴밀한 관계도 필요하겠다

"그래서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 시장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된 후 서울시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대문 숙원사업을 나만큼 잘 수행할 사람이 있을까. 또한 서대문은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강남에 비해 서울시 의존도가 특히 높은 지역이다."

Q. 2024년 총선에서 수도권 전략을 어떻게 펼쳐야 하나

"예를 들어 서울은 1~5티어로 나눠서 공천해야 한다.

1티어는 누가 나가도 당선되는 지역, 강남·서초·송파같은 곳이다. 2티어는 경쟁력 있는 사람을 공천해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 지역. 3티어는 박빙지역이다.

4티어부터는 지역특성으로 가야한다. 당선될지 안 될지 모르는 지역. 그래서 그 지역을 오랫동안 관리했거나 출마한 이력이 있었던,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인물들의 개인기로 승부해야 한다. 5티어는 당선되기 희박한 곳이다. 수도권 전략을 이렇게 가야 한다."

Q. 당에서 1~3티어 공천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공천을 잘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중앙당에서 승리 가능성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보고 공천해야 한다. 공천을 잘 하려면 2~3티어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서울 49개 지역 중 과반 이상 지역에만 집중투자하고, 나머지 4~5티어는 지역 특성으로 각개전투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Q. 국민의힘 지방자치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지방자치위원회가 생겼고,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당에서도 위원회가 출범한 것이다. 당 지방자치위원회에는 시·구의원 단체 실무자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기자 출신부터 지방자치학회 전문가들까지 현장 목소리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번 달에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 '지방인재 발굴' '광역 기초 통합방안' 등을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Q. 공통질문이다. 우리 정치·국회·정당이 국민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정치는 메시지다. 메시지를 내려면 메신저가 있어야 한다. 정치에서 메신저라 함은 정치인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메시지가 있어도 메신저 능력이 부족하면 국민이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흔히 정치권 세대교체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세대교체는 나이를 교체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젊게 하고, 국민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메신저가 나와야 우리 정치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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