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이색'…버블티부터 탕후루까지 국내 대만 간식 흥행 배경은

최태원 2023. 10. 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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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부터 인기 이어져
SNS 발달·여행객 증가 등 이질감 줄어
해외 식문화 '先유행 後유입' 가능성도

2008년 출시된 망고빙수를 필두로 버블티, 대만 카스텔라부터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탕후루까지 대만 간식의 국내 흥행이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과 중화권 여행객 증가 등이 대만 간식 흥행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돌풍을 일으킨 탕후루 사례에 비춰 소비자가 유행을 일으키고 관련 업체가 생기는 형식의 식문화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탕후루.[이미지출처=연합뉴스]

망고 빙수 이후 2012년 버블티, 2016년 대만 카스텔라, 2019년 흑당 버블티, 올해 탕후루까지 국내에서 순차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 찾아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맛과 달콤함 등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흥행의 배경에는 SNS의 발달과 중화권 여행객의 증가가 있다는 분석이다. 중화권(중국·대만·홍콩·마카오) 한국인 관광객은 2011년 584만8105명에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737만4731명으로 약 26% 증가했다. 예능 프로그램 등도 한몫했는데, 대만을 찾은 여행객은 2012년 25만9089명에서 2013년 '꽃보다 할배 대만편'이 방영된 뒤 2014년 52만7684명으로 두 배 증가했다. 대만에서 현지 디저트를 맛본 여행객이 늘면서 자연스레 대만 디저트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높아졌다.

SNS의 발달 또한 흥행에 일조했다. 중국 SNS인 틱톡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은 지난 2월 기준 371만명이다. 또 다른 SNS에 '탕후루'를 검색하자 18만개의 게시물이 검색되기도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행을 통해 현지에서 먹어봤다는 단순 경험을 넘어 이색적인 식음료에 대한 이질감이 낮아지게 된 것"이라며 "SNS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며 직간접적인 경험의 허들이 낮아진 것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여행은 먹어보는 등의 직접 경험을 통해 거부감을 줄이고 흥미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SNS의 발달로 인한 간접 경험도 주효하다. 이색적인 대상이라도 자주 접하게 될수록 인지도와 친숙도가 높아지고 결국 선호도 증가로까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그간 인기를 끈 대만 간식은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에 도입됐다. 일례로 열풍의 시초격인 망고빙수는 신라호텔의 로컬 식재료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신라호텔에서 애플망고 빙수를 선보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고급화 전략으로 그릇 당 10만원을 상회하는 망고 빙수가 특급호텔에서 판매되며 주목을 받았다. 공차는 가정주부 김여진씨가 한국 판권을 따내 2011년 공차코리아를 설립한 뒤 흥행에 성공해 3년 뒤 사모펀드에 340억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대만에서 인기를 얻은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타이거슈가'와 '쩐주단' 등이 대만에서 건너온 브랜드다. 2018년 대만의 한 흑당버블티 브랜드를 국내에 들인 우림F&B 관계자는 "대만과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이미 매장마다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라 생각했다. 201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버블티 문화가 생겼기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흑당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컵 밖으로 보이는 게 흑당밀크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시각적인 부분을 중요시하는 중화권에서도 인정받았기에 SNS 활용도가 높아진 한국에서도 주효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탕후루의 인기는 이러한 기존 국내 유행 방식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더 이목을 끈다. 탕후루 흥행의 밑바탕은 SNS였다. 틱톡이나 유튜브 등 SNS 영상을 타고 인기를 끌며 국내에서 탕후루 프랜차이즈 창업 붐을 일으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맹점을 확보한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의 매장 수는 현재 전국 420여개로, 지난해 말 43곳에서 0배 가까이 급증했다. 김범석 탱글탕후루 대표는 "색감이 사진과 동영상 등에 예쁘게 나오고 ASMR(일상 소음) 영상에 적합한 씹는 소리 등 SNS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가 먼저 일어난 케이스"라며 "수요가 받쳐주는 상황에서 소규모 창업이 가능하고, 부업으로도 적합하며 광고도 SNS 등을 통해 자연스레 되는 점이 탕후루 매장이 급증한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탕후루 사례를 바탕으로 그간 기업이 도입해 일반에 유통하는 방식에서 이제는 소비자가 먼저 유행 일으키고 관련 업체가 생기는 형식의 식문화 유행이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영애 교수는 "가격 접근성이 좋고 SNS 특성에 맞게 매력적인 모양을 가진 식음료의 경우 대중의 관심에 따른 국내 도입이 주류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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