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바삭한 대학생

베이징=김현정 2023. 10. 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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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에서 '바삭한 대학생(脆皮大學生)'이라는 키워드가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중국 언론은 이 같은 소식을 보도하며 현지 대학생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바삭한 대학생' 밈을 근본적으로 살피면, 그 바닥에 깔린 정서는 중국 청년들 사이에 팽배한 '자조(自嘲)'의 기류다.

명확한 해법 없이 중국 경제가 휘청이는 사이 중국 청년들은 탕핑족, 바이란, 바삭한 대학생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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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에서 '바삭한 대학생(脆皮大學生)'이라는 키워드가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직역하면 그렇게 풀이되지만, 맥락으로 의역하면 매우 '허약한' 대학생이다. 한국에서도 자주 사용됐던 '쿠크다스(잘 부서지기로 유명한 과자)' '종이 인형'과 유사한, 약하고 보잘것없는 체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개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에게 닥친 사건을 서술한 사례들이 덧붙여지며 정체성이 강해졌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칼국수를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심박수가 200까지 치솟아 무리가 왔다" "기지개를 켜다가 목이 부러졌다" "짧은 영상을 보다 터진 웃음을 참으려다가 콧대가 부러졌고, 출혈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 실려 갔다" "매일 옆으로 누워 휴대전화를 보다가 사시 진단을 받았다" "화장실에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지 못했고, 병원에서 무릎관절 부상 진단을 받았다".

출처= 중국 웨이보

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과장인지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허약함'을 경쟁하듯 털어놓고 공유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중국 언론은 이 같은 소식을 보도하며 현지 대학생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중국청년보가 대학생 1만2117명을 조사해 발표했던 '2020년 중국 대학생 건강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대학생의 86%가 '지난 1년간 건강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다. 23%는 지난 1년간 병원에서 질병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3대 질환으로는 구강질환, 급성 위장염, 피부질환 등이 꼽혔다. 응답자의 80%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현지 언론들은 교육 기관들이 교내 체육시설을 제대로 구축하고, 각 시설 자원을 통합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식의 해법을 내놨다. 경기장 추가 건설이나 투자 확대, 외부 조직과의 협력과 교류 강화 따위도 언급했다.

하지만 '바삭한 대학생' 밈을 근본적으로 살피면, 그 바닥에 깔린 정서는 중국 청년들 사이에 팽배한 '자조(自嘲)'의 기류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신들 세대를 '탕핑족', '바이란', '쿵이지'에 빗댄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탕핑족은 평평하게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들을 일컫는 말이고, 바이란은 무기력과 포기를 의미한다. 쿵이지는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루쉰의 소설 속 주인공인데, 그는 지식인의 체면을 버리지 못한 가난뱅이 캐릭터다.

중국은 지난 6월 이후부터 이달로 4개월째 16~24세 청년 실업률을 감추고 있다. 그달 해당 수치가 21.3%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직후부터다. 그러나 일시적 취업자나 단기 아르바이트 등을 제외한 실제 실업률은 두배를 웃돈다는 분석도 있다. 장단단 베이징대학 국가개발연구소 교수는 최근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46.5%에 달한다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청년 절반이 사실상 백수란 얘기다.

명확한 해법 없이 중국 경제가 휘청이는 사이 중국 청년들은 탕핑족, 바이란, 바삭한 대학생이 돼 가고 있다. 누운 사람은 일으키면 되고, 포기한 사람에겐 기회와 응원을 쏟아부으면 된다. 하지만 바삭하게 말라 부서져 버린 경우엔 어떻게 소생시켜야 할지 알 수 없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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