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株, 기지개 좀 펴나 했더니...고유가·환율에 중동 분쟁 ‘울상’
美 긴축으로 달러 강세 지속…산유국 감산으로 유가 상승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매크로 불확실성 증대 변수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여객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던 항공주들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하반기 들어 고유가와 고환율 영향으로 주가가 주춤했지만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이 기대됐던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간 전쟁 발발이라는 변수에 직면해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7.36%(1600원·2만1750→2만150원)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1.86%·1만220→1만30원), 제주항공(-7.18%·1만1140→1만340원), 에어부산(-5.06%·2765→2625원), 진에어(-8.30%·1만2050→1만1050원), 티웨이항공(-4.42%·2260→2160원) 등 항공주들이 일제히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러한 항공주들의 동반 약세는 고환율과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도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니다. 하마스가 7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데 이어 이스라엘이 8일 전쟁을 공식 선포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국제 유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4% 급등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전환하며 안정을 되찾는 듯 했지만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다시 뛰고 있다.
1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87.69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78달러(5.8%) 급등했다. 또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89달러(5.7%) 오른 배럴당 90.89달러로 마감하며 다시 배럴당 90달러선을 돌파했다.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참전 등 확전이 이뤄지면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분쟁의 두 당사자는 산유국이 아니어서 그래도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대표적인 산유국 이란의 참전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란의 원유 생산은 일 300만 배럴 이상, 수출은 일 200만 배럴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참전으로 생산과 수출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손쉽게 뚫고 고공행진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으로 가파르게 올랐지만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과는 정반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연준의 긴축 정책 지속으로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높은 환율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유가마저 치솟게 되면 달러로 항공유를 사와야 하는 항공사들로서는 그야말로 이중고일 수 밖에 없다. 지난달 항공유 가격은 톤 당 120달러를 상회하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고 원·달러 환율도 1350원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변수까지 터지면서 7~8월 여름 휴가철과 9월 말 추석 명절 연휴로 인한 해외 여객 수요 회복으로 올해 연간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분위기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항공주가 반등이 아닌, 다시 하락하는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일부 증권사들에서는 항공주들의 목표 주가를 하향하고 투자 의견도 중립으로 변경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제선 여객 수요 호조에 반해 최근 유가와 환율 급등이 항공주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으로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불리한 영업 환경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항공사들에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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