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채 201조 자구책…사람 줄이고 알짜 부동산 매각 또 거론

나상현 2023. 10.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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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신임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4일 세종시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이달 중 추가적인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추가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다. 조직 구조조정, 부동산 추가 매각 등 방안이 거론된다.

한국전력공사 실적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

15일 한전에 따르면 김동철 신임 사장은 올 4분기 전기요금을 적어도 킬로와트시(㎾h)당 25.9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올해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전기요금을) 45.3원은 인상해야 했는데, (그동안 인상분이) 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기준연료비라도 인상하려면 25.9원을 더 올려야 한다. 이 선에서 최대한 전기료를 올리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문규 장관은 지난 12일 열린 ‘에너지 공기업 경영혁신 점검 회의’에서 “공기업 적자 해소를 위해 에너지 비용을 국민에게 모두 떠넘길 수는 없다”며 “추가로 경영 효율화가 가능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추가 자구책부터 마련하라는 것이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공기업 경영혁신 점검회의에서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비롯한 에너지공기업 사장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추가 자구책 주문이 나온 건 한전이 지난 5월 내놓은 25조원 규모 재무 개선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서다. 당시 한전은 ‘알짜 부동산’인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를 매각하고, 임직원 급여와 성과급도 일부 내놓기로 했다. 정원도 500명 가까이 감축하고, 전력구매비도 절감하는 등 지출을 최소화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매각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4급 이하 임직원의 임금 반납도 노조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한 발짝 더 나아간 자구책을 마련해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19일 이후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대대적인 규모의 조직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동철 사장도 취임사를 통해 “비대해진 본사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사업소 거점화·광역화를 추진하겠다”며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 혁신 및 민간 수준의 과감한 보상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이나 해외사업에 대한 추가 매각도 거론된다. 현재 한전은 서울 노원구 인재개발원, 강동구 강동송파지사, 동작구 관악동작지사, 부산 서면 부산울산본부 등에도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임금 반납과 관련해서도 노조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동반되지 않은 자구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부채는 올 6월 말 기준 201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192조8000억원)보다 8조원 이상 늘어났다. 한전 부채가 20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한전은 올해도 연간 7조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하라는 얘기로 귀결되는데, 아무리 사람을 줄이고 부동산을 매각해도 현재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결국 전기요금을 적시에 인상해야 한다. 최소 ㎾h당 20원대는 올려야 올해 동절기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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