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워 낳은 자식이 절반”···소문난 잉꼬부부의 반전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3. 10.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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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14] 오랜 세월이 지나가도, 두 사람의 사랑에는 그 어떤 풍화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삶의 고단함과 무료함도 두 사람에게만큼은 비껴갑니다. 경제적 어려움도 이 부부에게는 사랑의 접착제 같은 것이었지요.

인간은 ‘일부일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다. 영화 ‘아무르’의 한 장면. <사진 제공=티캐스트>
장기간을 한 눈팔지 않고 서로만 바라보는 이런 사람들을 세상은 잉꼬부부라고 부릅니다. 앵무새(일본말로 잉꼬)가 동물의 세계에서 예외적으로 한 사람 아니, 한 새만 사랑하는 걸로 명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새들 중 많은 종들이 이같은 일부일처제로 오랫동안 알려져 있었습니다. DNA 검사가 생기기 전까지는요.
새들은 일부일처제를 한다고 알려져왔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과학이 뒤집어 놓은 건 우리 인간의 부부관계만이 아닙니다. 좋은 커플의 전형으로 통하던 새들의 문란한 성생활이 드러나면서입니다. ‘잉꼬부부’의 진실을 들여다봅니다.
지고지순한 아내인 줄 알았는데...수시로 바람?
아카디아 딱새. <저작권자=Aitor>
여기 이 귀여운 새는 아카디아딱새입니다. 암수가 서로 정답게 둥지를 짓고, 새끼를 기르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지지배배 우는 새끼에 정답게 먹이를 넣어주는 수컷의 모습은 오늘날 인간의 기준에도 이상형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비밀이 있습니다. 이 정다운 가족에는 출생의 비밀이 숨어있지요. 여섯 마리 중 세 마리는 ‘씨’가 다른 새끼입니다. 어미새가 남 몰래 외도를 통해 낳은 새끼들이기 때문이지요. 수컷은 이도 모르고 열심히 새끼를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지요. 자신의 부인이 옆집 수컷 새와 붙어서 노닥거리는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수컷 새가 돌아오면, 암컷은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남편을 맞이하지요.

황새 딱새도 일부일처를 한다고 알려진 새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과거만해도 노래하는 새들을 일컫는 명금류들은 확실한 일부일처제라고 여겼습니다. 같이 노래하고, 함께 집을 지우며, 새끼를 공동 양육하는 부부의 전형이라고 보았지요. 1853년 목사 프레데릭 모리스는 말했습니다. “바위종다리처럼 사십시오, 암수가 서로에게 충실하기 짝이 없는.” 우리 고구려 유리왕의 ‘황조가’에서도 새의 정다움을 높이 사지요.
잉꼬부부는 일부일처가 맞다...사회적으로만
하지만 DNA 기술이 발달한 이후, 암컷의 바람기가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페트리샤 아데어 고와티는 180여종의 명금류 중 90% 이상이 ‘외도’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일부일처’를 유지하지만, 성적으로는 ‘일처다부’를 추구한다는 설명이었지요.

여기서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암컷의 ‘정절의식’은 누구보다 높지만, 번식욕이 높은 다른 수컷에 의해 강제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건 아닌지를요.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조류 애호가들에겐 죄송합니다.)

“여보, 막내가 왜 이웃집 남자랑 비슷하게 생겼어?”. 울새 둥지. <저작권자=john581>
암컷과 수컷의 생식기관 구조상 ‘강간’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여서입니다. 수컷에겐 포유류가 가진 밖으로 툭 튀어나온 성기가 없습니다. 그들에겐 대신 ‘총배설강’이라는 구멍이 하나 있지요. 수컷과 암컷이 마음이 맞으면 이 두 구멍을 맞대고 ‘새끼’를 낳는 것이지요. 구조상 수컷이 암컷 의사에 반해 가까스로 등 뒤에 올라타더라도 짝짓기는 쉽지 않습니다. 암컷이 훨훨 날아가면 그만이기 때문이지요.
수컷이 아름다운 이유
동시에 ‘강제로 할 수 없다’면 수컷은 약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자연의 이야기입니다) 수컷은 언제나 가급적 ‘많이’ 씨앗을 퍼트리고 싶어하지만, 암컷은 ‘양질’의 후손을 원하지요. 암컷의 기준이 높아지다보니, 수컷은 철저히 을의 자세로서 구애를 펼칠 수 밖에 없습니다. 강제 교미는 새들 사이에선 불가능한 ‘옵션’이지요.

수컷 새들이 다재다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깃털로 치장하는 요정굴뚝새 수컷도, ‘스맨파’ 댄서들 뺨치는 춤을 구사하는 큰초원뇌조 수컷, 아름다운 목소리로 합창하는 호주동박새 수컷까지. 모두가 저마다 능력을 발달시키면서 암컷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열중합니다.

“남자, 아니 수컷이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네.” 요정굴뚝새 수컷은 아름다운 털 색으로 유명하다. <저작권자=Aviceda>
약자인 수컷은 바람을 맞고도 둥지를 지킵니다. 제 짝의 부정을 의심하더라도 할 수 없습니다. 외도로 출산한 새끼를 정교하게 구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새끼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떠났다가, 진짜 자기 새끼를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지요. 둥지를 떠나 다른 짝을 찾는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입니다. 수컷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간통이 일어나지 않은 듯, 태연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뿐입니다. ‘잉꼬부부’란 말이 더 이상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세줄 요약>

ㅇ새들은 일부일처제로 오랜시간 알려져 왔다.DNA 발달로 수 많은 암컷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ㅇ수컷은 남의 새끼를 키우더라도, 둥지를 지킨다. 자기 새끼와 남의 새끼를 구별 할 수 없어서다.

ㅇ잉꼬부부는 욕이다.

<참고문헌>

ㅇ브리짓 스터치버리, 암컷은 언제나 옳다, 이순,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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