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장거리갈 때 걱정된다고요?
본디 자동차란 장거리를 갈 때 가장 진가를 발휘한다. 하지만 오히려 먼 길을 떠날 때 타기에 망설여지는 자동차가 있다. 바로 전기차다.
사람마다 전기차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장거리 운행에 관해서는 대체로 생각이 일치한다. 내연기관 대비 주행거리가 짧은 데다 충전소 위치 확인, 배터리 상태 등 고려할 사안이 많다.
전기차는 자동차의 본질적인 목적성마저 훼손할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는 셈이다. 거스를 수 없는 전동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의 장거리 운행이 불편한 건 충전이 불편한 데다, 기껏 충전을 해봐야 얼마 주행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기차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보통 300~450km 내외로 800~900km인 내연기관차에 절반 수준이다.
전기차는 회생 제동으로 제동 효율과 전비를 높이는데 장거리에서 주로 주행하는 고속도로처럼 제동 없이 주행하면 제원상 1회 충전 주행거리보다 줄어들 수 있다. 한 번 충전하면 4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로도 서울 부산 편도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짧은 주행거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배터리 효율이 높아지고 가격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 이전까진 잦은 충전에도 큰 불편이 없도록 충분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최선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가장 적극 기여하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는 수입차 브랜드 ‘BMW코리아’다.
BMW코리아는 현재 전기차 충전기를 920기 설치했으며 올해까지 1100기를 설치할 방침이다. 이는 국내에서 자동차 제조사가 공급하는 전체 전기차 충전기의 41% 수준이다. BMW코리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4년 1년 동안 전기차 충전기 1000대를 신규 설치해 57%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E-Pit'에 214기 설치돼 있다. E-Pit 외 설치된 충전기도 있지만, 공식적인 집계는 어렵다. 실제로는 이보다 다소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현대차·기아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와 2025년까지 3000기(E-Pit 포함)를 설치하겠다 밝혔다. 여기에 기아는 500기를 더해 2025년까지 3500기(E-Pit 포함)를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긴 충전시간은 그 시간을 여가로 활용하거나 단축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주유 시간이 몇 분 단위지만 전기차는 몇 십분, 급속충전기가 없을 경우 몇 시간 단위로 소요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역발상으로 긴 충전시간을 활용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충전소를 단순 충전만 하는 곳이 아니라 휴식·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켜 긍정적인 충전 경험으로 바꾼다.
BMW코리아는 ‘BMW 허브 차징 스테이션’을 통해 충전 이용자들이 전시된 전기차 차량을 관람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한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첫 전기차 전용 충전소인 현대EV스테이션 강동의 급속충전기에 위쪽에 배터리 잔량을 표시한 커다란 원형 구조물을 설치해 놓았다. 이 구조물로 멀리서도 차량의 충전 상태를 알아볼 수 있어 충전하는 동안 다른 곳에 볼일을 보고와도 된다.
급속 충전 기술을 발전시켜 충전 시간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빠른 충전 속도를 위해 350킬로와트(kW)급 고출력 기술이 보급하고 있다.
전세계 최대 규모의 급속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테슬라의 수퍼차저는 약 15분 만에 최대 261km의 주행 가능거리를 충전할 수 있다. 테슬라는 자사 앱을 통해 수퍼차저 스톨 가용 여부 및 차량 충전 상황을 확인하고 출발 준비가 되면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차도 800V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상온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저온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크게 저하돼 주행거리가 더 짧아질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 소모가 큰 히터까지 작동시키면 주행거리는 현저히 떨어진다.
저온 환경에서도 주행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열관리 시스템도 나와 있다. 한온시스템은 겨울철에도 전기차 효율을 높이기 위한 히트펌프를 만들어 완성차에 공급하고 있다. 보통 저온에서 배터리 성능이 기존에는 30% 정도 저하되지만, 히트펌프를 탑재하면 약 15%만이 줄어든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과거엔 주행거리가 무조건 길어야 된다는 것이 경쟁력이었지만 평소엔 150km면 충분하기 때문에 어쩌다 한번 장거리 때문에 대용량 배터리로 효율성 떨어지게 다닐 이유가 없다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며 “평소엔 가벼운 무게에 저렴한 가격으로 충분히 출퇴근을 하고 어쩌다 한 번 있는 장거리 여행에서는 충전의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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