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억 찍은 동성로 매장 비결…쇼핑 '오프라인' 바람 분다
유통가에서 ‘오프라인’이 다시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생활을 되찾으면서다. 다만 과거로의 회귀는 아니다. 온라인 데이터 등을 토대로 오프라인 경험을 강화하는 결합 형태로 한 단계 진화했다.
패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무신사는 오는 27일 대구 동성로에 첫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 ‘무신사 대구’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1~3층 634평(약 2100㎡) 규모 매장에서 200여 개 브랜드 상품을 직접 둘러보며 적립금 사용, 회원 등급 할인 같은 온라인 혜택을 똑같이 받을 수 있다. 상품마다 QR코드 태그를 달아 스마트폰 등으로 할인 정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엔데믹으로 소비 다시 오프라인 중심”
무신사는 앞서 캐주얼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낸 바 있다. 3호점인 대구 동성로점은 지난달 22일 오픈한 지 사흘 만에 2만8000여 명 방문으로 매출 약 4억원을 올렸다. 하루 매출이 1억3000만원 이상인 셈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오프라인은 즉각적 고객 피드백과 서비스 반영이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며 “엔데믹으로 넘어오면서 여행·소비가 다시 오프라인 중심으로 돌아와 오프라인 사업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계열 패션 플랫폼 W컨셉 역시 지난 6일 신세계 강남점·경기점·대구점에 이어,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고객과의 접점 확대에 나섰다.
대표적 오프라인 거점으로 자리 잡은 편의점 역시 잘나가는 실력파 온라인 채널과 손잡고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꾸준히 강화하는 추세다.
편의점, 오프라인 대세로 ‘러브콜’
GS25는 카카오 커머스CIC와 함께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GS25 자체 주류 스마트오더(온라인 주문, 오프라인 픽업) 상품을 구매하면 GS25나 GS더프레시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계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주류 상품은 온라인 배송이 어려워 오프라인 픽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이용했다. GS25는 고객 유입을 늘리고, 카카오는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CU 역시 지난 7월 온라인 식료품 배달 업체 마켓컬리와 손잡고 마켓컬리 상품에 대한 CU 픽업 서비스, 장보기와 화장품에 특화한 협업 매장 기획 등을 검토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때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됐지만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서로의 충성 고객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서울 송파구에서 시범 운영 중인 ‘배민우리동네’로 오프라인 서비스를 공략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을 넘어 온라인을 통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서비스다. 음식점은 물론 꽃집·헬스장·미용실 등 다양한 오프라인 가게가 배민 앱에서 인테리어와 서비스 등을 소개하고, 쿠폰 등을 제공해 고객의 방문을 이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배달 시장이 위축한 상황에서 우리동네가 새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도 크다. 배민 관계자는 “현재는 테스트 단계”라며 “이용자들에게 내가 사는 동네에서의 경험을, 사장님들에게는 온라인 고객을 유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알리바바 디지털화한 오프라인 공략
이런 최근의 온·오프라인 연계는 ‘O2O(Online to Offline)’보다 오프라인 경험을 중시하는 ‘O4O(Online for Offline)’ 방식으로 불린다. 온라인 유통 업체의 오프라인 진격은 새로운 경향은 아니다. 팬데믹 동안 주춤했지만 이미 미래를 주도할 유통 트렌드로 주목받은 바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방대한 온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8년 오프라인 무인 매장인 아마존고를 출범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는 이보다 앞선 2016년 신선식품 오프라인 매장 허마셴성(盒馬鮮生)을 선보였다. 살아있는 해산물 등을 포함한 신선식품을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거나 OR코드로 상품 정보를 볼 수 있다. 매장에서 무인 결제를 할 수도 있고, 앱으로 주문하면 직원이 담아 30분 안에 배달해준다. 매장이 쇼핑몰과 창고 역할을 모두 하는 셈이다.
온·오프라인 결합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히는 올리브영 ‘오늘드림(주문 3시간 내 배송)’ 역시 전국 1300여 개 매장을 진열 공간이자 물류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오늘드림 ‘락인 효과(고객을 묶어둠)’에 기대 온라인 주문한 상품을 매장에서 픽업하는 오늘드림 픽업 서비스도 선보였다. 금융투자 업계는 전국에 퍼져 있는 매장이 올리브영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올 1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오늘드림 주문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다”며 “앞으로도 전국 매장과 온라인몰을 연계한 시너지로 배송 혁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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