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2기 지도부'…앞길은 비포장도로 [정국 기상대]
'인적 쇄신' 범위, 임명직 한정지을 듯
김기현에 추가적인 기회와 시간 부여
수도권 '2기 지도부'에 전진배치 전망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후폭풍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와 비(非)영남권 인사 전진 배치를 통한 '인적 쇄신'으로 일단 수습 국면에 돌입한다. 김기현 대표는 재신임을 통해 추가적인 시간을 얻을 전망이지만, 대대적인 후속 쇄신책을 통해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사무총장·여의도연구원장·부총장·대변인 등 임명직 당직을 새로 인선해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일괄 사퇴한 임명직 당직자들은 영남권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강대식 의원은 대구, 정책위의장인 박대출 의원은 경남 진주,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부산, 전략기획부총장인 박성민 의원은 울산, 수석대변인인 강민국 의원은 경남 진주다. 이 때문에 지도부가 서울·수도권 민심과 괴리돼 있고, 심지어 '텃밭 아닌 곳에서 치러지는 선거를 잘 모른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이날 의총서 발표될 신규 임명직 당직자는 서울·수도권 인사 위주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참신한 원외·청년 인사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재 풀'이 넓지 않다는 게 김 대표의 막판 고심을 더하는 요소다. 국민의힘 111명 의원 중에서 영남권이 56명으로 과반을 차지한다. 주요 당직을 맡기에 최적인 3선 의원은 17명 중 11명이 영남이며, 재선은 21명 중 12명이 영남권 지역구 의원이다.
그렇다고 초선 사무총장 식으로 '파격 인선'을 하는 것은 정치권이 꺼리는 '징크스'의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지난 2020년 총선 직전의 '황교안 체제'는 초선 사무총장과 0.5선 부총장을 발탁하는 식으로 파격적인 임명직 당직 인선을 해봤으나, 선거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당직에 기용할 수 없는 인물도 있다. 예를 들어 권은희 의원은 우리 당 3선으로 돼있지만 사실상 당과 별개 행동에 나선지 꽤 됐다"며 "여기에 '누구와 가까워서 안된다'든지 '무슨 설화가 있었어서 안된다'든지 하면 (주요 당직에) 기용할 수 있는 폭은 크게 좁아진다"고 지적했다.
일각 '꼬리 자르기' 비판 여론 여전하나
"비판 받아야 한다면 金이 덮는게 충정
尹 '꼬리 자르기' 모양새는 더 안된다"
'집권여당 혼돈 최소화'에 합의 이룬 듯
지난 11일의 보궐선거 참패 직후 12~13일은 쇄신책을 '암중모색' 하는 시간이었다.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의 전날 오전 당직 사퇴 선언을 필두로 임명직 당직자 전원의 일괄 사퇴 선언이 나온 것과 관련해, 당내에서는 김기현 대표에게 추가적인 기회와 시간이 부여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이철규 총장과 박성민 부총장이 그제어제는 쉽게 물러나려 하는 기색이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오늘 오전에 전격적으로 사퇴 선언을 한 것은 최상층부에서 '인적 쇄신'의 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뜻이 전달된 것 아니었겠느냐. 어찌됐든 두 사람은 '윤심'에 가까운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오전까지는 이러한 연쇄 당직 사퇴 선언이 지도부 총사퇴까지도 압박하는 수순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돼 당이 혼돈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도부 총사퇴를 끌어내려면 굳이 임명직 당직자부터 사퇴하는 방식으로 당을 혼란스럽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보궐선거 참패의 후폭풍으로부터 집권여당의 혼돈이 최소화되기를 바라는 최상층부의 의중이 반영된 절차라는 쪽으로 해석이 정리됐다.
물론 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비판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선 안될 일"이라며 "그 지도부로는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국민이 탄핵했는데, 쇄신 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어차피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면 그 비판은 김기현 대표가 감수하고 덮어쓰는 게 충정(忠情)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는 분명 김기현 대표가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일 여지는 있다"면서도 "만약 김 대표를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꼬리 자르기'를 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지 않느냐. 결국 김 대표가 덮어써야지, 윤 대통령에게까지 미치게 하면 안된다"고 바라봤다.
일단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로 '인적 쇄신'의 범위를 한정짓고 수습 국면에 들어간다는 것은 김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에서 묵시적 합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당이 어려울 때 다 나가라고 하면 누가 수습하느냐"며 "임명직 당직자들이 일괄사퇴까지 한 마당에 당의 원로가 초를 치는 것은 보기 민망하다"고 받아친 것은 이같은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기 지도부' 부여 시간 길지 않을 수도
"지지율↑ 쉬우면 누군들 못했겠느냐"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주목…험지 출마
'공천룰' 공론화 시엔 '블랙홀'로 기능
김기현 대표에게 다시 한 차례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전에 다시 한 차례 국민의 직접 평가를 받을 계기가 있어 보란듯이 설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제 정치일정상 총선 전에 더 이상의 재·보궐선거는 없다. 내년 4·10 총선으로 직행이다.
총선 패배는 정부·여당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새로운 임명직 당직자들과 함께 할 '김기현 2기 지도부'에서도 계속해서 정당 지지율이 횡보하는 가운데, 총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도권의 민심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지도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는 언제든 다시 분출될 수밖에 없다.
이날 오후 소집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는 임명직 당직자 신규 임명 발표와 함께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발족,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등을 쇄신책의 일환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과 인재영입위원회다. 총선기획단을 조기 출범하면서 외부 명망가를 단장으로 영입하고, 험지 출마 문제와 '공천 룰'을 논의하기 시작한다면 이것은 이른바 '블랙홀'이 된다. '비대위로 가자'는 둥의 지도체제 개편 논의는 쑥 들어가고, 여권 내의 모든 촉각이 험지 출마 문제·'공천 룰'을 논의할 총선기획단으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인재영입위원회도 지속적으로 인재영입을 이어간다면 보궐선거 참패 책임론에서 벗어나 당내의 시선을 전환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다만 이는 영입되는 인재가 충분히 주목성과 화제성을 갖췄을 것이 전제돼야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신규 임명직 당직자들과 함께 일단 '김기현 2기 지도부'가 출범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기세좋게 '1기 지도부'가 출범할 때와는 달리 상당히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한정된 시간 내에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게 말처럼 쉽다면 누군들 못했겠느냐. '김기현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지 물음표가 달린 상태에서 당이 한동안 굴러갈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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