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마시는 우유
클레오파트라가 젊고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집착했다는 ‘우유 목욕’. 외출할 때도 당나귀 1000여 마리를 데리고 다니며 당나귀 우유에 몸을 담갔다는 이야기는 귀가 아프도록 들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에도 우유의 인기는 여전하다. 물론 아몬드 밀크나 오트 밀크 등 실제 우유에 몸을 담글 필요까진 없다. 당신의 얼굴과 몸 피부를 위해 만들어진 포뮬러 ‘스킨 밀크’가 최근 보습을 위한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으니! 에디터가 ‘스킨 밀크’에 호기심을 느낀 건 헤일리 비버가 론칭한 스킨케어 브랜드 로드(Rhode)에서 새롭게 출시된 ‘글레이징 밀크’라는 제품 때문. 파트라슈가 끌고 다닐 법한 큼직한 통에서 쏟아지는 우유(같은 뽀얀 액체)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헤일리 비버의 비주얼 역시 한몫했다.
클렌징 후 첫 단계에 발라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즉각적인 보습과 윤기를 선사하는 영양 가득 프렙 에센스라는 것이 브랜드의 설명. 쉽게 말하면 우유처럼 맑고 뽀얀 유액 형태의 퍼스트 에센스인 셈이다. 라네즈 크림 스킨이나 폴라 B.A 밀크, 라 메르 하이드레이팅 인퓨즈드 에멀전 등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는데, 여름에는 가벼운 제형을 여러 번 레이어드해서 끈적임 없이 피부를 진정시킬 수 있고, 가을·겨울에는 일반 토너에 비해 탁월한 보습력을 선사해 피부 타입과 상관없이 각광받는 중.
세안하는 사이 무너지기 쉬운 피부 장벽을 풍부한 지질 성분이 보호함으로써 건성 피부가 주로 찾는 클렌징 밀크 역시 대표적인 ‘피부를 위한 우유’ 중 하나다. 물론 ‘밀크’라 불리는 모든 화장품에 꼭 우유 성분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각종 스킨 밀크의 효능을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것이 우유처럼 뽀얀 유액 제형을 지녔다는 건 곧 오일에 녹는 친유성(Oil-Soluble) 성분과 물에 녹는 친수성(Water-Soluble) 성분이 모두 들어 있어 보습력이 높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두 성분이 하나의 포뮬러로 잘 섞이기 위해선 유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 후 제형의 색깔이 자연스레 뽀얗게 변하기 때문에 별도의 색소 성분이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우유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이미지, 즉 왠지 모르게 포근하고 편안하게 감싸줄 것 같은 정서가 화장품의 기능적 효용에 더해져 감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는 것 또한 가벼이 볼 수 없는 포인트. 보디 모이스처라이저 중에 유독 ‘보디 밀크’라는 제품명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오템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레꼬포렐 바디 밀크가 대표적인 사례. 가볍게 스며드는 플루이드 제형으로 우유에 입욕하는 느낌과 함께 물기 어린 촉촉함을 만끽할 수 있는 것.
실제로 우유 성분이 함유된 제품들도 물론 있다. 우유 자체만으로도 분명한 스킨케어 효과가 있는 성분이기 때문.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키고, 각질층을 견고하게 밀착시키는 지질이 풍부해 피부 장벽을 강화하며, 우유 속 단백질 분해 요소가 불필요한 각질을 탈락시키는 역할도 한다. 피부과 신(Scene)에서 흔히 얘기하는 ‘밀크필’ 역시 우유에서 추출한 락트산을 기본으로 글리콜산과 살리실산을 혼합한 필링제로 우윳빛 텍스처를 지니고 있고, 다른 화학적 필링제에 비해 자극이 적어 보습과 피부 재생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레쉬에서 선보인 밀크 컬렉션을 살펴보자. 1996년 보디 케어에 처음 밀크 성분을 사용한 프레쉬는 26년이 지난 2022년, 식물성 밀크를 베이스로 하는 보디 클렌저·보디로션·핸드크림 등 총 3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pH 밸런스를 맞춰주고 피부 진정과 장벽 강화에 효과적이라 지금 시즌에 사용하기에 제격인 아이템들. 아몬드 밀크가 건조하고 민감한 피부에 저자극 진정 보습 효과를 선사하는 러쉬 셀레스티얼 페이셜 모이스처라이저엔 바닐라 열매수가 함유돼 있어 은은한 바닐라 향까지 느낄 수 있다. 이는 최근 스킨 밀크가 지니는 대표적 특징 중 하나로, 달콤한 향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극대화해 준다.
에스프레소나 진하게 우린 홍차에 우유를 더해 부드러운 풍미의 라테나 밀크 티를 만들 듯, 당신의 스킨케어 루틴에 우유를 더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폼이나 젤 클렌저 대신 영양감이 농후한 클렌징 밀크로 세안하고, 가벼운 워터 텍스처의 토너 대신 약간의 점성이 느껴지는 뽀얀 유액 형태의 에멀전으로 끈적임 없이 속부터 차오르는 보습감을 선사하자. 각질 케어를 위해 스크럽 대신 밀크 토너를 화장 솜에 묻혀 닦아주거나, 밀크필 같은 마스크를 간헐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보디 케어도 마찬가지. 이쯤 되면 기원전 클레오파트라가 부럽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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