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은 문제없는데”…멈추지 않는 복통·설사 [헬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복통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배에서 신호가 온다. 심할 때는 1시간 동안 3~4번씩 화장실을 찾는다. 모두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다. 다행히 과민성대장증후군은 기능적 장애일 뿐, 대장암 등 악성 질환과는 관련이 없다.
국내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연간 140만명에 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1만4648명을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16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감염이나 약물, 음식 섭취 등에 의해 발생한다고 본다. 감염성 장염이나 허혈성 장염 등을 앓은 후 생기기도 하고 특정 음식에 의한 자극으로 내장감각 과민성, 장관의 운동 이상, 중추신경계 조절 이상 등이 나타나 발생하기도 한다. 통상 20대와 30대, 또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주된 증상은 복통이다. 자다가 깰 정도의 심한 통증은 아니지만, 불편함을 유발해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복통은 몇 달간 지속되고 설사나 변비 등 배변 습관 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6개월 전에 시작된 복통이 지난 3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반복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영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복통 등이 반복되지만, 배변 후에는 호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수면 중 깰 정도의 심한 통증이나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등이 동반될 경우에는 단순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아닌 다른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식이 습관을 바꿔야 한다. 고지방 유제품, 기름에 튀긴 음식, 술, 담배, 카페인 등은 증상을 악화시킨다. 포드맵(FODMAP)도 주의해야 한다. 포드맵은 장에서 발효되기 쉬운 당류를 의미한다. 콩이나 마늘, 양배추, 식빵, 우유, 사과, 인공감미료가 대표적이다. 바나나, 오렌지, 유당 제거 우유 등 저포드맵 식이(low-FODMAP diet)는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
뻔한 얘기지만,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이 습관과 생활 습관을 바꿔도 증상이 여전하다면 약물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통상 장의 예민도를 떨어뜨리는 진경제와 변비에 효과적인 부피형성 완화제 등의 약제를 사용한다.
최영희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이 자체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좋다”며 “적절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를 하면서 인스턴트식품이나 술, 담배,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습관은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9호 (2023.10.11~2023.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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