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대전’ 영웅 ‘원충갑’ 장군 아시나요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얼마 전 공포 영화 ‘치악산’이 개봉했습니다. 이를 앞두고 관련 지자체에서 지역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상영 금지 신청을 내 논란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치악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가 잘 몰랐던, 치악산 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합니다.
1290년부터 1년 넘게 고려를 공포에 떨게 한 ‘카다안의 침입’을 아시나요. 기적적인 첫 승전보가 울려 퍼진 곳이 바로 원주 치악성입니다. 다들 생소할 수 있습니다. 원나라가 고려에 구원군을 파병한 흑역사인 탓에 교과서에 수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침략은 원나라 황실 권력 다툼에서 시작됐습니다. 1270년 고려의 항복을 받아내고 1279년 남송을 멸망시킨 원 세조 쿠빌라이 칸은 동생과 치열한 내전을 벌여 황제가 된 인물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적대시하는 친족 세력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1287년 쿠빌라이가 노쇠하자 반란을 일으켜 동서 양방향에서 대도(지금의 베이징)를 공격합니다. 이에 쿠빌라이가 친히 말을 타고 반란군을 격퇴하고 6촌 바얀의 목을 벱니다. 이때 도망간 카다안과 휘하 부대가 1290년 1월 느닷없이 함경도 방면에서 고려를 침략해 훗날을 도모하게 된 겁니다. 이때 먹을 만한 가축이 없자 고려 백성을 죽여 인육을 먹는 만행을 저질렀고, 온 나라가 공포에 떨며 피난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고려는 원나라 간접 지배를 받던 시절입니다. 이에 수도 개경 방위군을 제외하고는 군대를 두지 못하던 처지였습니다. 지방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군주였다면 개경 방위군을 보내 막아야 했지만 충렬왕은 비겁하게 강화도로 피신합니다.
이런 기막힌 상황이 알려지자 당시 원 황궁에 머물던 태자(훗날의 충선왕)는 외할아버지 쿠빌라이 칸에게 고려를 구해달라고 간청합니다. 이에 막내딸 제국대장공주가 낳은 외손자를 끔찍이 아끼던 쿠빌라이는 나이만다이 장군과 1만명 군사를 고려에 보냅니다.
화살 맞고도 북 치며 병사 독려한 영웅
원군이 도착하기 전, 카다안 군대는 강원도 원주를 약탈하고 치악산 아래 영원산성을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원충갑(元沖甲)이라는 영웅이 등장합니다. 그는 불과 6명의 보병을 데리고 카다안 기병 50기를 습격한 데 이어 다음 날 다시 7명이 400여 기병을 격퇴하고 말 25필을 빼앗는 놀라운 투혼을 발휘합니다. 이에 카다안 본군이 치악성을 포위하고 공격했지만 부관 조신(曺愼)이 팔에 화살을 맞고도 북을 계속 치며 독려하고 원충갑이 말을 타고 달려 나가 적병을 베는 등 불과 100여명의 군사로 결사 항전해 적장 도라도를 죽이는 기적적인 승리를 거둡니다. 이에 기가 질린 카다안군은 충청도로 방향을 틀었으나 원 파병군이 고려군과 합세해 연기현(지금의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이들을 물리쳤고 그렇게 난은 종결됩니다.
참 역사의 아이러니 아닙니까. 30여년 동안 고려를 유린하던 몽골군이 종전 후 20년 뒤에 벌어진 이 전투에서는 고려를 도와준 꼴이니까요.
여튼 이와 별개로 원충갑 장군은 영웅이 됩니다. 초고속 승진도 이뤄냈습니다. 한꺼번에 무려 6단계 승진했는데, 이는 단숨에 5단계 승진한 조선 이순신 장군보다 더 빠른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원충갑 장군은 이후 충선왕의 최측근이 돼 상장군까지 올랐으며 조선 시대에도 그의 충정을 기려 원주 충렬사에 배향됐습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를 알리지 못하는 지자체도 안타깝고, 원충갑이라는 훌륭한 조상 대신 원균만 기억되는 원주 원씨 가문도 안쓰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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