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니 “나 살쪘어?” 묻는 아내… 뭐라 답해야 할까?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2023. 10.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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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의 ‘부부 뇌 설명서’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는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 또한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성별에 따라서도 있다. 물론 남녀 성별 차이에 대한 논란은 아직 많다. 성별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해 더 나은 부부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남녀 차이 논란에 대한 이견은 뒤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아내가 남편을 알고 남편이 아내를 안다면,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부부 관계가 위태롭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아내와 남편이 서로의 행동양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부부싸움이 관계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여자는 하루에 평균 6000∼8000개의 단어를 말하고, 의사소통을 위해 8000∼1만개의 몸짓, 표정, 머리 끄덕임을 사용한다. 여기에 2000∼3000개의 소리까지 추가된다. 종합해보면 여자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하루 평균 2만개 이상의 의사소통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 남자는 하루 2000∼4000개의 단어, 2000∼3000개의 몸짓 언어, 1000∼2000개의 소리를 사용한다. 하루 평균 약 7000개의 의사소통 표현을 쓰는 셈인데, 여자가 사용하는 표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한 언어 사용의 차이는 일과가 끝나고 남편과 아내가 가정에서 만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남편은 직장에서 7000개의 의사소통 표현을 모두 소진하였으므로 더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피곤한 남편은 백 년 동안 잠자는 숲 속의 왕자가 되고 싶지만, 아내는 다르다. 아내는 직장에서 이미 7000개의 의사소통 표현을 소진했다 하더라도 아직 1만 3000개의 의사소통 표현을 소진해야 한다. 특히 아내가 전업주부이고, 말을 충분히 할 환경이 아니라면, 소진해야 할 2만 개에 가까운 의사소통 표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내도 지쳐 있고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아내의 피곤이 남편보다 심할 수도 있다.

핵심은 남편은 침묵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고, 아내는 남편과 달리 말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자 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의 침묵을 감당하지 못하고, 남편은 아내의 수다를 감당하지 못한다. 아내는 남편의 침묵을 무관심이라 생각하고, 남편은 아내의 긴말이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라 생각한다.

또 아내가 걱정거리를 말하면, 남편은 아내가 자신에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해결책을 찾으려 생각에 몰두한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문제 해결 방법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아내에게 해결책을 찾아 주기 위해 아내의 말을 중간에 끊는다. 사실과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아내 입장에선 ‘최악’이다.

남편이 사실 확인을 위해 또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말을 끊으면, 아내는 남편이 자신에게 공감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자신을 무시하고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내도 알아야 한다. 남편이 말을 끊는 것은 아내에게 가능한 한 빨리 해결책을 제시해주려는 남편의 어여쁜 마음이라는 것을.

남편은 아내가 말을 할 때 끼어들어 해결해 주려 하지 말고, 그저 경청하거나 공감해주면 된다. 공감이 어려우면, 그냥 잘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야기가 긴 것 같아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응을 해준다면 더욱 좋다.

남편은 아내가 해결책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내가 핵심만 짧게 말하지 않는 것은 남편이 이해하기 쉽도록 전후 맥락을 자세하게 말해주려는 배려다. 아내의 말이 길어지는 건 그만큼 남편을 사랑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아내의 말을 끊는 건 아내의 사랑을 잘라내는 것과 마찬가지며, 둘이 원수지간이 되는 지름길이다.

그래도 눈치 없는 남편을 위해, 구체적인 사례와 지침을 드리겠다. 아내가 “여보, 나 주름이 늘었어”라고 말할 때, 남편은 “피부과에 가라”가 아니라 “내가 보기에는 더 젊어 보이는데”라고 하면 된다. 아내가 여보 나 4㎏ 늘었어”라고 말할 때 “헬스장에 가라” 대신 “난 잘 모르겠는데”라고 하면 된다.

(*이 칼럼은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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