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원룸 주변의 쓰레기, 이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박유정 2023. 10.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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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버리는 것에 문제 의식 얕아... "우리집이라면 이러겠나"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유정 기자]

"탕후루 집이 집 앞에 생겨서 너무 짜증나!" 

최근 멀리 사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 들은 이야기이다. 들어보니 이유는 이랬다. 

탕후루를 먹고 난 쓰레기들, 즉 작은 종이컵과 탕후루가 꽂혀있던 꼬챙이가 골목 구석구석에 버려질 것이, 남이 버린 종량제 봉투에 꼬챙이를 푹 꽂고 사라질 일들이 눈앞에 선하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요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탕후루 꼬치가 산처럼 쌓여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 박유정
 
친구는 울분을 토하며 이걸 굳이 길가에 버리는 이들이 어떤 심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람들은 손에 든 작은 쓰레기들을 너무 쉽게 길가에 버린다고, 그건 대학가나 원룸촌이 유독 심하다고도 덧붙였다. 

친구가 사는 지역 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요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탕후루 꼬치가 산처럼 쌓여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번화가 매장 앞에는 아예 '탕후루 꼬치를 들고 들어오지 말라'는 안내 문구가 나붙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평소 쓰레기 배출 문제, 환경에 관심이 많은 친구의 얘기를 듣고 나는 '정말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대학가 원룸 주변의 쓰레기 배출 장소들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나도 이야기를 한 친구와 마찬가지로 대학가 원룸촌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조사 장소를 찾기는 쉬웠다. 

쓰레기 무단투기, 직접 확인해보니 
 
 원룸의 쓰레기 배출상태
ⓒ 박유정
 
조사를 시작하면서 느낀 신기한 점은,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발견한 곳이 역설적이게도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구역이었다는 것이다. 이곳을 지나 가면 여성 목소리로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구역입니다'라는 안내음성과 함께 CCTV 촬영 중이라는 문구까지 있지만, 아래 사진과 같이 그곳엔 다양한 쓰레기들이 이미 버려져 있어 쓰레기장과 구분이 어려운 상태이다. 

다음으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쓰레기 배출 장소 5군데를 방문해 쓰레기 배출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분리배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본 결과 크게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있었다. 

- 배달음식으로 발생한 쓰레기를 배달포장봉지 안에 그대로 담아서 배출 
- 카페 음료 용기를 빨대와 종이 홀더의 분리 없이, 혹은 내용물이 남겨진 채로 투기 
- 페트병의 라벨 제거 미이행 
- 음식물 쓰레기 무단 투기 

"치킨뼈 그대로 버리고, 커피 남은 채로 바닥에"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구역에 버려진 다양한 쓰레기들
ⓒ 박유정
 
그렇다면 원룸촌에서 이렇게 쓰레기 분리배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룸촌 거주 중인 20대 지인과 해당 쓰레기 배출 장소 청소 담당자분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전자는 전화 인터뷰로, 청소 노동자분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현재 거주지와 거주형태를 묻고 싶다. 집 인근에 쓰레기 배출 장소가 있는가? 
"현재 서울 대학가 인근 원룸 골목 원룸에 거주하고 있고, 원룸 전용 쓰레기 배출장이 있다." 

- 그 쓰레기 배출장의 배출 규칙 이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떨 때 보면 치킨 상자에 치킨 뼈와 무가 그대로 담긴 채로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람들이 자기가 마시던 커피를 진짜 많이, 그냥 컵에 담은 채로 버리고는 한다. 

게다가 이사철이 되면 스티커도 붙이지 않은 대형 쓰레기들이 길가에 주르륵 나오기도 한다. 또 배출장 앞에는 하수구가 있는데, 그 근처를 지나다보면 피우다가 그냥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정말 많다."
 
▲ 쓰레기장의 커피 쓰레기  마시던 상태 그대로 버려진 커피 쓰레기
ⓒ 박유정
 
-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제일 큰 건 일단 (당사자의) 게으름이 아닐까 싶다. 사실 커피컵과 홀더를 분리하고 안에 있던 음료를 버리고 플라스틱 전용통에 버리는 것.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귀찮게 여기는 것 같다. 커피가 아니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다. 음식물 쓰레기 스티커나 통을 사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버리기도 하지 않나. 

또 하나 추측되는 이유는, 그렇게 버려도 쓰레기 치우시는 분들이 와서 며칠 뒤면 다 치워주시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얼마나 심각한지 그 심각성을 잘 모르고, 계속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

"자기가 평생 살 집이라면 안 이러겠죠"

이번에는 대학가·원룸가를 집중적으로 맡아 청소하시는 청소노동자와 만나서 인터뷰를 해봤다. 

- 답변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하시는 업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제가 맡은 업무는 말 그대로 쓰레기를 치우는 거다. 여기 분리배출 통에 담긴 쓰레기들을 봉류별로 큰 비닐에 담아서 수거해갈 수 있게 해 놓고, 쓰레기장 자체도 청소를 한다.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게 그냥 버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청소를 제때 안 해주면 바퀴벌레나 쥐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인근 원룸 거의 전부를 다른 담당자 한 명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한다." 

- 대학가, 원룸가의 쓰레기 배출 상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원룸 쓰레기장은 대부분 깨끗하진 않다. 학생들이 쓰레기를 제대로 안 버리지 않나.(웃음) 배출장에 '플라스틱, 종이, 비닐'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을 해놔도 한 군데에 집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를 다 버리는 경우도 있고,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플라스틱 통에 담아 뚜껑도 없이 버리는 경우도 많다. 

박스나 종이류 같은 경우는 요즘 택배를 많이 하니까 많이 나오는데, 이건 파지 줍는 할머니들이 주워가서 그래도 괜찮다. 문제는 술병이다. 차라리 그냥 두기만 해도 괜찮은데 봉투에 넣어서 휙 던지고 가버리면 그 안에서 깨져서 치우다가 손이 베이는 경우도 자주 있다."

- 답변 감사드린다. 고생이 많으시다. 이렇게 쓰레기 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하시는가? 
"글쎄,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여기가 대학가다 보니 자취를 처음 시작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살지 않나. 아마 그래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기보다는, 쓰레기를 잘 버리는 데에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쓰레기 분리배출 할 줄 모르는 대학생이 어디 있나. 

또 하나는, 보통 거주자들이 워낙 바빠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적고 또 1년씩만 살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실제 본가처럼 여기가 '우리 집'이라는 느낌보다는 잠깐 살고 말 거니까 하는 식으로 자취집 생활에 큰 애정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자기가 평생 살 집 같으면 이렇게 하겠나.(웃음)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까? 쓰레기가 버린 그대로 계속 있을 거 같으면 아마 처음부터 잘 버리려고 할 텐데, 그게 아니고 엉망으로 버려도 일주일 지나면 다시 깨끗해지니까... 그런 게 큰 것 같다." 
 
 쓰레기 배출 장소 배출 상태
ⓒ 박유정
 
인터뷰 결과 개인의 불성실함, 책임감 부족, 주거지에 대한 적은 애착, 결국 누군가 청소를 해서 다시 깨끗해진다는 안일한 생각 등이 주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결국에는 거주자 스스로의 책임감과 인식 변화가 이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인 것이다. 

2022년 발표된 환경부의 제6차 전국 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버리는 생활 폐기물의 양은 평균 950.6g(0.95kg)이라고 한다. 거의 1킬로그램에 달하는, 비유하면 500g 아령 두 개를 매일 밖에 버리는 셈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같이 사는 세상인데, 적어도 1킬로그램을 집 밖에 내놓을 때는 개개인이 책임감을 얹어서 함께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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