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보험 과장 광고 같은 특별법" 전세사기 피해자들 분통
[조혜지 기자]
▲ 14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장대비 속에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집중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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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세입자 114) 참여 변호사들이 차린 무료 법률상담 천막 아래는 집회 시작 1시간여 전부터 부랴부랴 찾아 온 20~30대 청년들이 우비를 입은 채 수심 가득한 얼굴로 문의를 이어갔다. 이강훈 센터장은 이날 집회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수원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분들도 일부 있었다"라면서 "처음으로 상담을 받으신 분들이 많았고, 바로 법률 지원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 1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집중 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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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죄를 지었을까, 사람을 믿은 죄? 나라님을 믿은 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 받았지만, (해당되는 대책은) 고작 20년 무이자 상환뿐이다. 그마저도 경·공매 절차가 안 끝나서 안 된다고 한다."
"다음 달이면 원양어선에 승선한다. 건물주가 지은 빚, 열심히 갚아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스토킹 피해를 입어서 거주지를 이전해야 신변을 보호하는데 그조차 여의치 않아 신변 위협을 받고 살아야 한다."
"(전세사기범들이)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도 피해 금액 책임을 끝까지 지게 해달라."
이날 현장에선 정부 대책에 포함되지 않거나, 해당된다 해도 피해 재산에 대한 실질적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 피해자들이 나와 정부와 국회를 향해 보완 입법을 요구했다. 전세사기에 이어 지난 여름 침수 피해로 주거 취약 문제까지 겪고 있는 한 피해자는 "이사를 나가야 받을 수 있는 지원들이 있지만, 임대 기간까지 남은 상황에서 섣불리 퇴거했다가 특별법 사각지대에 빠질까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세입자들이 당장 닥친 피해를 먼저 해소하는 '선 구제 후 회수' 방향으로 입법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금액인 보증금을 빚으로 보전하는 대출 규제 완화 정책만으로는 실질적 피해 보상을 이루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무적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지금 전세특별법은 쉽게 말해 과장 광고 암 보험과 같다"라면서 "암에 걸려 돈 받으러 갔는데 하나도 해당 사항 안 되고, 자잘한 약관을 들어 보험을 못 받는 것과 같다"고 했다.
▲ 14일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세입자 114) 참여 변호사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집중 집회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무료 상담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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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원장은 이어 "가장 힘든 것은, '왜 그랬어' '왜 몰랐어' '왜 그런 계약했어'라고 묻는 말이다. 아니다, 누구라도 당한다. 피해 갈 수 없다"라면서 "절대 어려서, 사회적 경험이 없어서, 부동산을 몰라서 당한 게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제도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 14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집중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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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 현장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녹색당 등 야당 의원들이 참석해 발언을 더하기도 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오는 11월부터 법안심의가 진행되는 만큼, '선 구제 후 구상권'을 기조로 한 보완 입법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허 의원은 "LH 등 정부 공적 기관이 나서서 우선 매수권을 행사하고 그 이후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넘겨주는 안을 협상하려 한다"고 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를 겨냥해 "개인이 부주의해 당한 사기라는 건데, 내 돈 한 푼 안 갖고 수천 채 빌라 짓고, 사기 범죄가 아예 시스템화 되어 슈퍼맨도 사기당하는 현실에서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피해자 목소리를 중심에 놓고 입법 보완을 정부에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1579가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보증금 최우선 변제 대상 가구는 2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채권 매입 방안'에는 피해 가구 7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여기에 더해 깡통전세 현상으로 인한 보증금 반환 지연 및 미반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12일 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세가구 중 최대 49만 2천 가구가 '반환 지연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받기 힘든 '미반환 위험' 가구 또한 최대 4만 2천 가구에 달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이미 문제가 된 사건들이 이제 드러나고 있어 (깡통전세 피해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있을 것"이라면서 "(대책은) 급한 경우 경매 유예 정도고, (세입자가 집을 떠안는다고 해도) 빚이 없어야 하는데 (대출을) 안고 있는 상태니 경제적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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