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시민들 "진해에서 전국으로, 홍범도를 지켜라"
[윤성효 기자]
▲ ‘홍범도 장군은 우리가 지킨다 공동행동 추진위원회’는 14일 창원진해 북원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해군사관학교 앞 남원광장 백범김구선생친필시비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
ⓒ 윤성효 |
"1cm도 어림 없다 흉상 철거 철회하라."
"역사왜곡 흉상 철거 선열들이 분노한다."
"마창진이 앞장 서서 흉상 철거 막아내자."
"식민지가 따로 없다 독립운동 다시하자."
시민들이 창원진해 거리에서 '홍범도 장군은 우리가 지킨다'며 이같이 외치고 걸었다. 열린사회희망연대,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등 시민사회단체-정당들로 구성된 '홍범도 장군은 우리가 지킨다 공동행동 추진위'가 14일 걷기대회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진해 북원광장에 모여 진해역 앞을 지나 백범 김구 친필 시비가 있는 해군사관학교 앞 남원광장까지 걸었다. 참가자들은 서울 거리 뿐만 아니라 동네마다 홍범도 장군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공동행동추진위가 진해를 걷기 장소로 택한 데는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진해는 군함 '홍범도함'의 모함이다. 이곳 충무공동상은 국민성금으로,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952년 4월에 세워졌다.
'창원시 근대건조물 제2호'인 백범친필시비는 1946년 김구 선생이 진해를 방문해 해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조국 해방을 기뻐하며 남긴 시를 화강암에 새겨 만든 비석으로, 처음에는 북원광장에 세워졌다가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에 철거됐다. 4.19의거 이후 지금의 자리에 옮겨 왔다.
참가자들은 함께 <독립군가>를 부르기도 했고, 방송 차량과 길놀이 풍물패를 따라 걸었다.
충무공동상 앞에서 이순일 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는 발언을 통해 "역사의 반동을 일삼는 무리들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내 쫓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이 길 바닥의 낙엽처럼 쓰러져 나갈 것이나 장군의 존엄은 여기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처럼 민족의 역사에 우뚝 설 것"이라며 "서울 거리 한 복판에다가 홍범도 장군의 동상을 우뚝하게 세울 것을 제안한다"라고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가져올 때 특사단장이었던 해군참모총장 출신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은 마이크를 잡고 "이 정부에 정말 화가 난다. 할 일도 많은데, 홍범도 장군 지키기에 참가를 해주어 감사드린다"라며 "여기는 이순신 제독이 앞에 계시고 바다를 지키는 해군 부대가 있다"라고 말했다.
황 전 처장은 "2021년 8월 홍범도 장군을 카자흐스탄에 가서 대한민국 특사단장으로 모셔왔다. 비행기가 우리 영공에 들어서자 하늘에서 우리 공군이 안전하게 호위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게 나라이고 든든했다"라며 "돌아오니 장군님을 사랑하고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런데 불과 2년 지나서 역사가 바뀐 게 없는데, 이 정부에서 홍범도 장군한테 색깔 칠을 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쟁화하는 것에 대해 가슴 아프고 참을 수가 없다"라며 "그러한 정권의 잘못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황 전 처장은 "홍범도 장군의 공적은 1962대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을 때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됐고, 그것을 지금 뒤집기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갈라치기이고 정쟁화 시켜서 국론을 분열시켜서 무엇인가 이득을 얻고, 이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실정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 ‘홍범도 장군은 우리가 지킨다 공동행동 추진위원회’는 14일 창원진해 북원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해군사관학교 앞 남원광장 백범김구선생친필시비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
ⓒ 윤성효 |
백범친필시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순계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홍범도 장군은 의병대장이며 독립군사령관이었다.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까지 온겨레가 추앙하는 민족의 영웅이다. 의병과 독립군은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이다. 자주독립국은 민주공화국에 우선한다"라고 했다.
그는 "세계는 지금 미국일극패권시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다극화, 자주화의 시대로 역사적 대전환기에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추세와 거꾸로 미국-일본에만 밀착·종속돼 가고 있다. 최근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비롯하여 항일영웅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은 일본과 껄끄러운 관계를 없애려는 짓"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핵오염수를 받아들이고, 항일영웅들의 자취를 없애는 것은 일본군을 끌어들여 전쟁을 하기 위해 내부전선을 정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미 서울시가 남산 위안부 기억의 터를 허물었고, 여기서 밀리면 진해의 잠수함 홍범도함도 사라지고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도 철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이사는 "서울에선 육사가 있는 노원구와 광화문 이순신광장,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오늘 홍범도함이 있는 진해를 기점으로 전국으로 항쟁의 물결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홍범도 장군을 지키는 것은 의병과 독립군이 목숨 바쳐 찾으려 한 자주독립국을 되찾는 것이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허성무 전 창원특례시장은 "홍범도 장군 지키기 국민 모금 운동을 제안한다. 진해는 대한민국 최신예 잠수함 홍범도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도시다. 해군작전사령부와 잠수함사령부가 진해에 있다. 이곳에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설치함으로써 민족정기 바로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 동네마다 홍범도 장군 흉상을 세우는 운동을 벌이자"라고 했다.
'카자흐스탄 홍범도 순례단'을 제안한 그는 "카자흐스탄 거주 동포들의 상실감이 너무나 크다. 그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명예 회복을 약속하는 의미에서 카자흐스탄 방문 홍범도 순례단 조직을 제안한다"라고 했다.
허 전 시장은 "홍범도 장군 지키기 뺏지 달기 운동, 홍범도 장군 웹툰 제작 등 문화사업 지원 운동을 제안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 여당이 헌신짝처럼 버린 홍범도 장군 우리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홍범도 장군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라고 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박봉열 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 심영석 노무현재단 진해지역공동대표, 김경영 6월항쟁정신계승경남기념사업회 공동대표도 각각 발언을 통해 홍범도 장군 지키기를 강조했다.
김종길 민주당 진해지역위원장, 정혜경 진보당 의창지역위원장,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나영기 경남대동문공동체 회장은 '홍범도 장군은 우리가 지킨다'는 제목의 회견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느닷없이 김좌진, 이회영, 지청천, 이범석,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한다는 것은 반헌법, 반역사, 반민족적 행위라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라며 "국방부와 육사는 진보와 보수, 여야를 떠나 흉상 철거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공산당 경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밖으로 옮기고 다른 네 분의 흉상은 교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고 철거계획을 일부 변경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방부 장관과 국무총리는 해군의 홍범도함 함명 변경을 검토한다고 국회에서 발언했다. 그러나 해군측은 단호하게 검퇀 바 없다고 했다"라며 "옛 진해시를 품고 있는 창원시민들은 해군의 이런 당당함이 너무나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이들은 "함장을 비롯하여 승조원 모두가 입대하고 훈련받고 교육받은 요람이 바로 진해이다"라며 "함명 변경이 국방부나 해군의 일만이 아니라 우리 시민 모두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다"라고 했다.
▲ ‘홍범도 장군은 우리가 지킨다 공동행동 추진위원회’는 14일 창원진해 북원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해군사관학교 앞 남원광장 백범김구선생친필시비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
ⓒ 윤성효 |
▲ ‘홍범도 장군은 우리가 지킨다 공동행동 추진위원회’는 14일 창원진해 북원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해군사관학교 앞 남원광장 백범김구선생친필시비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
ⓒ 윤성효 |
▲ ‘홍범도 장군은 우리가 지킨다 공동행동 추진위원회’는 14일 창원진해 북원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해군사관학교 앞 남원광장 백범김구선생친필시비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
ⓒ 윤성효 |
▲ ‘홍범도 장군은 우리가 지킨다 공동행동 추진위원회’는 14일 창원진해 북원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해군사관학교 앞 남원광장 백범김구선생친필시비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
ⓒ 윤성효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혐한론자 중용한 기시다 총리, 윤 대통령의 엉뚱한 다짐
- 세종시 한복판 사람 발길 안 닿는 습지, 숨죽이며 찍었다
- 백선엽 밑에 묻힌 홍범도 장군, 술 한잔 올리러 갑니다
- 해고된 직원이 '사장'까지... 이처럼 재미있는 이야기 또 있나
- 영화 반값에 뮤지컬까지... 여기선 가능합니다
- [영상] 김대중의 여전히 유효한 질문... '경제란 무엇인가'
- 다른 색 리본은 더이상 없길... 보라리본 만드는 사람들
- 이스라엘 미사일에 로이터 기자 사망... 기자 6명은 부상
- 7년째 방치된 국가문화재... 영주댐 현장 상황은 심각하다
- 광주지검, '사건 브로커' 뒤봐준 수사관 직위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