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중국 서버로 이주하는 이용자들…후속작 ‘드리프트’는 외면
지난 3월 ‘카트라이더’의 한국 서비스 종료 이후 주요 스트리머를 포함한 일부 이용자들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서비스 되고 있는 중국 서버에서 게임 플레이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트라이더의 정식 후속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드리프트)’는 외면당하는 모양새다.
카트라이더는 지난 2004년 8월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최고의 국민 게임으로 18년 동안 사랑받았다. 2010년대 중반에는 잠깐 인기가 사그라들었지만 2019년쯤에는 접속자가 2배 가까이 늘어나고 e스포츠가 대흥행하며 2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넥슨은 잘 운영되고 있는 카트라이더의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면서까지 신작인 드리프트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을 내렸다. 드리프트는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되, 게임 환경 변화에 맞춰 여러 요소들을 새롭게 단장한 작품이다. 기존의 PC 뿐만 아니라 모바일과 콘솔로 서비스를 확장, 넥슨 게임 최초로 풀 크로스 플레이 환경을 선보였다.
실제로 이용자들의 관심은 드리프트에 집중됐다. 출시 당시 실시간 접속 대기 인원만 10만명을 돌파했고, 한동안은 많은 이들이 플레이를 즐겼다.
그것도 잠시, 드리프트는 금방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14일 기준 드리프트의 전세계 스팀 동시접속자 수는 약 200명에 불과하다. 모 게임 포털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트렌드 지수, PC방 접속, 방송 시청자, 이용자 투표 등을 종합해 드리프트의 게임 순위를 41위로 랭크시켰다.
이용자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게임이 근본적으로 재미가 없다”며 외면의 이유를 밝혔다.
드리프트를 혹평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너무 느린 속도감’이다. 원작은 지속적으로 더욱 높은 등급의 엔진과 성능이 좋은 카트 바디를 출시하며 게임의 속도감을 끌어올렸다. 이는 자연히 레이싱게임 본연의 재미가 됐다. 하지만 드리프트의 개발사 니트로스튜디오는 초보자 친화적인 게임 운영을 강조하며 카트들의 속도를 크게 낮춘 채 게임을 출시했다. 때문에 드리프트의 출시 초기 카트 최고 속도는 시속 235㎞에 불과했다. 이는 원작에서 2005년 4월 당시 이미 구현된 속도다. 현재도 최대 속도가 275㎞ 수준으로, 원작에 비해 턱없이 모자른 속도다.
게다가 속도가 낮아진 만큼 부스터를 쌓기 위한 게이지 충전도 어려워졌다. 그러자 초보자들은 드리프트 대신 그립주행을 하며 자동으로 충전되는 부스터만 사용하기 시작했다. 게임이 속도감을 잃자 레이싱 게임 본연의 재미도 무너졌고, 드리프트를 하는 게임이라는 정체성마저 소멸해버린 셈이다.
정모(27·취업준비생)씨는 “카트라이더의 기존 게임성이 유지되지 않아 드리프트에 적응이 안 됐다”며 “카트간의 몸싸움도 느낌이 너무 달랐다”고 말했다. 최모(29·유튜버)씨도 “차량 능력치가 거의 다 비슷하고 개성이 없는 점이 의아하다”고 첨언했다.
이외에도 게임 자체적인 콘텐츠 부족, 고쳐지지 않는 버그와 핵, 크로스 플레이 그리고 타 국가 이용자 간 경쟁 시 발생하는 핑 차이 등 여러 문제점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용자들은 이 같은 문제에 질린 탓에 빠른 속도로 드리프트를 떠났다. 여기에 디렉터의 일부 발언은 이용자들의 불같은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드리프트를 이탈한 유저들은 원작으로 돌아가려 해도 이미 서비스가 종료돼 돌아갈 길이 없었다.
결국 갈 길을 잃은 일부 이용자들은 가상 사설 네트워크(VPN)을 활용, 중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카트라이더로 이주했다. 카트라이더를 플레이하는 일부 스트리머들도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카트라이더 중국 서버 플레이를 방송하고 있다.
스트리머들의 중국 카트라이더 플레이는 지켜보는 이용자들의 중국 서버 이주를 가속화시켰다.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중국 카트라이더에 접속하는 방법이 수시로 공유되고 있으며,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만족스럽게 플레이하고 있다는 소회를 나누고 있다. 카트라이더 관련 유튜브 영상에는 중국 서버로 이주하겠다는 댓글 의견이 항상 빠지지 않는다.
카트라이더 중국 서버는 한국 서버 종료 후에도 ‘드래곤 세이버 V1’, ‘스프린트 V1’, ‘스토커 V1’ 등 독자적인 카트를 연이어 출시하며 업데이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6월29일에는 완전한 해상도 패치 등 게임성 향상도 있었다.
카트라이더 1세대 방송인 김택환은 유튜브 채널 ‘리버스’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이 형편없다. 게임 방향성이 잘못되어서, 게임에 비전이 없어서 이용자들이 이탈한다”며 드리프트가 이용자들을 끌어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한편 드리프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유저도 있었다. 평소 카트라이더 방송을 즐겨 보는 이모(27·취업준비생)씨는 “드리프트가 이용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길 바란다”면서도 “드리프트는 한 번도 공개 간담회를 가진 적이 없다. 앞으로의 게임 운영 과정에서 이용자와의 소통이 최소한이라도 있길 바란다”는 목소리를 냈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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